두 시간 분량의 영화를 2분 안에 압축해 보여줘야 하는 극장용 영화 예고편은 홍보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주위의 권유나 배우, 평론보다는 예고편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는 한 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국내 영화의 극장 예고편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조감독이 본 편의 주요 장면을 편집해 음악과 내레이션을 삽입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요즘에는 갖가지 형태의 예고편이 등장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것. 지난 19일 개봉한 「교도소월드컵」(제작 신씨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복고'분위기를 살려 '대한뉴스' 형식을 패러디한 예고편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흑백 화면에 스크래치와 플리커 효과(깜박거림)로 오래된 필름의 느낌을 줘 지금은 볼 수 없는 '대한뉴스'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새마을운동' 음악과 축구 전문 캐스터 서기원 씨의 독특한 내레이션을 삽입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6월 23일 개봉을 앞둔 차승원, 이성재, 김혜수 주연의 코믹 액션 「신라의 달밤」도 예고편에 공을 쏟았다. 2년 전 「주유소 습격사건」의 예고편을 스톱 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여 히트했던 ㈜좋은영화의 3번째 작품이다. 경주의 상징인 다보탑과 석가탑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장면 전환이 이뤄지는등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만화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싸이더스의 「인디언썸머」는 '018 묻지마 다쳐'등 히트 CF를 만들어왔던 채은석 감독을 영입해 영화 줄거리를 따라 드라마로 새로 연출했는가 하면「시월애」는 박명천 CF 감독이 제작했다. 또「휴머니스트」(제작 베어엔터테인먼트)는 극 중 과격한 대사와 욕설 부분에개 짖는 소리인 '왈'을 넣어 재치있게 처리했고, 신인들을 내세웠던「눈물」은 배우들의 인터뷰를 따로 찍은 뒤 예고편에 삽입해 배우들의 인지도를 높였다. 이처럼 각 영화사마다 예고편 제작에 열을 올림에 따라 모팩스튜디오, 픽셀 등 예고편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도 여럿 등장했다. 「반칙왕」「비밀」「신라의 달밤」등을 만든 모팩의 장성호 실장은 "이젠 단순한 편집만으로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다. 다양하고 임펙트와 편집기술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하는 게 요즘 추세"라고 설명했다. 싸이더스의 한 관계자는 "`예고편이 잘 나왔다'는 입소문이 흥행으로 직결되는경우가 많다"면서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눈이 높아진데다 한국 영화에 대한 정보를적극적으로 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영화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의 역할이더욱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