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이자 창작국악의 거봉 황병기(65) 이화여대 교수의 음악인생 40년을 기념하는 헌정무대가 마련된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오는 2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황 교수의 창작곡들을 주제로 클래식 재즈 록 마임 춤 프리뮤직 퍼포먼스 액션페인팅 등의 공연을 펼친다.

이번 무대에는 황 교수 외에 홍신자(구음) 김대환(프리뮤직) 장영규·박현진(록) 이해경(마임) 마사루 소가(조명 퍼포먼스) 방희선(현대무용) 박영애(액션페인팅) 이예찬(바이올린) 김정수(장구) 이지영·박현숙(가야금) 강은일(해금) 허윤정(거문고) 유경화(철현금)씨 등이 참가한다.

이들은 황 교수의 창작곡 ''시계탑'' ''소엽산방'' ''산운'' ''고향의 달'' ''달하노피곰'' ''자시'' ''미궁'' 등에 맞춰 각자의 예술세계를 펼친다.

황 교수는 지난 75년 발표한 전위적 창작곡 ''미궁''을 홍신자씨의 구음에 맞춰 가야금으로 연주하고 김정수씨의 장구반주로 ''침향무''도 들려준다.

''미궁''은 형식이 워낙 파격적이어서 발표당시 문화계에 큰 충격을 던졌던 작품.성악 대신 울음소리 등을 도입해 원시적 공포를 자아내면서 생명과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침향무''는 지금은 사라진 서역악기 공후의 소리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황 교수 작품 중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이다.

황 교수의 음악은 저마다 독특한 품새를 갖지만 동양과 서양,순수와 참여,성과 속의 경계를 훌쩍 넘어선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통에 맥이 닿아 있지만 전통의 틀을 깸으로써 가장 보편적인 국악으로 거듭난 것으로 평가된다.

''봄'' ''숲'' 등의 음반은 지금도 한해 평균 4만장씩이나 판매되고 있다.

대중음악은 아니지만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국악''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이번 공연에 맞춰 국내에서 미발매된 음반(1965년 미국출반)을 기존 앨범과 함께 리마스터링 에디션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좋은 그림에서 음악이 느껴지듯,예술의 깊은 경지에선 개별 장르와 전혀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다"면서 "장르간 벽을 허물거나 통합하는 이번 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오는 8월 정년퇴임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는 연주자 본연의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