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걸작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The Exorcist.73년작)가 28년만에 감독판(디렉터스 컷)으로 재개봉된다.

"엑소시스트"는 악령들린 소녀와 그 악령을 내쫓는 종교의식인 "엑소시즘"을 축으로한 공포물.

1시간동안 아무일도 없이 진행되는 영화는 미지의 공포를 차근차근 쌓아가다가 후반 소녀에게 침입한 악령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공포의 크기를 엄청난 진폭으로 끌어올린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분장과 음향효과도 공포감을 최대치로 증폭시켰다.

오컬트 호러 영화의 최고봉이자 악마주의 영화의 대부격으로 남은 "엑소시스트"는 당시 폭발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순수호러영화로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1억6천5백만달러)을 세웠다.

"엑소시스트2000"이라 이름붙은 새 버전에는 원전에서 삭제됐던 11분 분량의 장면이 삽입됐다.

악마에 지배당한 소녀가 뒤로 몸을 꺾어 거미처럼 계단을 기어다니거나 십자가로 자위를 하는 문제장면들을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이미지는 한층 선명해졌고 사운드도 실제 악령이 울부짖는 듯한 마성(魔聲)으로 살아나 소름을 끼친다.

99년 미국 피플,엔터테인먼트 위클리등이 "20세기 가장 무서운 영화"1위에 꼽기도 했듯 그 공포감은 시대에 관계없이 유효하다.

19일 개봉.

한주 앞인 11일 개봉될 "엑소시즘"(원제:Lost Souls)도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쉰들러 리스트"로 2회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던 야누스 카민스키의 감독 데뷔작.

"씬 레드 라인"의 벤 채플린이 악마가 재림할 "육신"으로 선택됐고 할리우드의 요정 위노나 라이더가 악마의 재림을 막기 위해 나선다.

청회색 감도는 투명한 색감의 화면은 눈을 떼지 못하게 아름답지만 이야기나 긴장감이 도무지 받쳐주질 못해 아쉽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