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랑을 기리며"

소프라노 김영미(47)씨가 오는 14일 LG아트센터에서 갖는 데뷔25주년 기념 독창회의 부제다.

지난해 고인이 된 어머니 안영식 여사는 김씨에게 그만큼 각별하다.

어린시절 김씨를 음악의 길로 인도했고 정상급 성악가로 성장하도록 평생을 바쳤다.

4년전 부친이 작고한 김씨는 올들어 양친이 없는 첫 해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졌다"며 "고인께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독창회 2부는 어머니의 추모무대로 꾸몄다.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했던 풋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3막을 올린다.

김씨가 미미역을 맡고 제자들이 나머지 배역에 나선다.

미미는 시인 로돌프의 마음을 빼앗는 아름답고 기품있는 처녀.김씨가 초등3년때 라보엠의 아역으로 출연한 후 성장해 미미역을 맡았을때 가장 기뻐했던 분도 어머니였다.

김씨의 제자들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이날 가곡 "어머니의 마음""어머님의 넓은 사랑""맘마" 등을 불러 고인을 추모할 예정.

김씨가 지난 76년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에서 루치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푸치니콩쿨(79년) 마리아칼라스콩쿨(80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쿨(81년)에서 잇따라 우승한 것도 어머니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유학생활에서 만난 갖은 고초들을 "어머니의 등불"로 물리쳤다.

독창회 1부는 김씨의 애창곡들로 꾸미지만 여기에도 어머니의 정서는 깊게 배어있다.

김씨의 음악인생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와 함께 걸어온 길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특히 어머니의 아버지인 외할아버지 안기영씨가 작곡한 가곡 "작별"을 부를 예정이다.

단조로운 원곡의 반주를 이번에 이영조씨가 보다 아름답게 편곡해 선보인다.

또 김씨가 부를 창작오페라 "황진이"의 삽입곡 "청산리 벽계수야"에도 어머니의 슬픔이 아로 새겨져 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황진이를 공연할 당시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별세했던 까닭이다.

김씨는 깊은 슬픔속에서 황진이 배역을 성공적으로 해내 갈채를 받았다.

이제 초등2년생의 딸을 둔 어머니가 된 김씨의 음악은 한층 원숙해졌다.

젊은 시절 못느꼈던 가사의 기쁨과 슬픔이 가슴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곡에 대한 해석이 충실하고 묘사도 정확해졌다.

"헌신적인 모성애가 넘치면 마음이 안정되고 소리는 한결 아름다워 집니다"

김씨가 5년만에 갖는 이번 독창회에 기대가 한층 커진다.

글=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