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4.28 대전"이 시작된다.

"양들의 침묵"의 속편으로 전작의 후광과 입소문으로 무장한 영화 "한니발"과 줄리아 로버츠,브래드 피트라는 할리우드 최고 선남선녀 커플을 내세운 "멕시칸"이 28일 나란히 막을 올린다.

빼어난 작품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휴먼멜로 "파이란"(감독 송대성)도 복병이다.

뚜렷한 경쟁작없이 무서운 기세로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영화 "친구"(감독 관경택)의 독주에 이들이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한니발(감독 리들리 스콧)=10년만에 침묵을 깨뜨린 "양들의 침묵".국내외에서 개봉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모은 "한니발"에 대한 반응은 두가지로 갈릴 만 하다.

"양들의 침묵"과 같은 질감의 심리스릴러를 기대한다면 분명 실망할 수 있으며,전작의 기억을 접고 작품을 대한다면 상당한 매력을 느낄 터다.

"친구"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박스 오피스를 움직일 최대 변수로 지목되던 작품이지만 그 "파괴력"은 예상보다 약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니발"은 기본적으로 "양들의 침묵"과는 다른 영화다.

식인 살인마 렉터박사와 여자 FBI요원의 애매한 교감을 그린 전작이 관객들의 신경을 바늘끝처럼 벼려놓는 스릴러였다면 "한니발"은 식인 살인마 렉터박사를 전면에 내세워 그가 벌이는 엽기적인 살상에 초점을 맞춘다.

전편에서 렉터 박사에 의해 반신불수에 흉악한 몰골로 살게 된 대부호가 복수를 위해 렉터를 뒤쫓고 렉터는 그 추적을 유유히 물리친다는 줄거리.

"한니발"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특유의 세련되고 현란한 이미지 연출로 "우아한"잔혹을 그려냈다.

장엄한 아리아속에 식인돼지들이 사람을 갈갈이 짓이기고,사람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고,머리를 톱으로 잘라 드러낸후 골을 떠내 먹이기까지.종종 비위를 뒤집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급스러운 우아함과 서늘한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국내에서는 심의에 문제가 된 몇군데를 검게 처리해 상영된다.

"양들의 침묵"에서 영화사를 통틀어 첫손에 꼽힐 만큼 매력적인 살인마를 창조했던 안소니 홉킨스는 여전히 잔인하지만 묘한 매력을 풍긴다.

새로운 클라리스 줄리안 무어도 관객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조디 포스터의 잔상을 말끔히 지워낼 만큼 빛을 발했다.

한스 짐머 음악도 귀를 사로잡는다.

<>멕시칸(감독 고어 베빈스키)="귀여운 여인"과 "섹시가이"의 조우.할리우드에서 브래드 피트와 줄리아 로버츠를 연인으로 내세운 "멕시칸"은 그 캐스팅 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언뜻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하기 쉽지만 영화는 "로맨스"를 가미한 갱스터물이다.

얽히고 설킨 스토리와 뒤집고 뒤집히는 반전등은 최근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던 개봉작 "스내치"와 닿아있다.

이야기의 끌고가는 모티브는 "전설의 총"이다.

갱조직의 어리숙한 하수인인 제리(브래드 피트)에게 멕시코에 가서 전설의 총 "멕시칸"을 찾아오라는 역할이 떨어진다.

터프한 연인 샘(줄리아 로버츠)은 결별을 선언하고 홀로 라스베거스로 떠난다.

총을 찾으러 떠난 남자가 총을 노리는 수많은 무리들과 얽혀 갖은 고초를 겪고,여자는 남자가 총을 찾아올때까지 전문 킬러에게 인질로 붙들리는 신세가 되지만 오히려 킬러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며 "사랑"의 본질을 깨달아간다.

"마우스 헌트"로 데뷔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두번째 작품인 "멕시칸"은 꽤 맛깔난 유머를 구사한다.

영화속 영화로 삽입된 총에 얽힌 전설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끌어쓰며 웃음을 주고,엉뚱한 캐릭터나 썰렁한 에피소드들도 개성있게 엮였다.

전문 킬러 리로이역의 제임스 갠돌피니의 순진한 연기도 매력있고 알란 실베스트리의 음악도 귀에 남는다.

미국에서는 개봉후 "한니발"을 누르고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