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종상 영화제는 그 어느때보다도 수상작을 점치기 힘든 혼전이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친구''등 대형 화제작을 필두로 다양한 작품들이 최후까지 불꽃 튀는 경합을 벌였다.

유례없이 치열했던 접전은 한국영화의 질적 양적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이자,한국 영화산업의 잠재력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실 최근 한국영화산업의 성장속도는 눈부시다.

지난해 ''JSA''가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지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친구''의 흥행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친구''는 개봉하자마자 신기록 행진을 시작해 24일 현재 서울관객 1백52만명,전국 4백36만8천명(배급사 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현재 추세라면 ''쉬리''''JSA''에 이어 또다시 최고 흥행기록이 탄생할 공산이 크다.

멜로영화 ''선물'' 역시 서울 45만명,전국 1백10만명을 끌어 모으며 순항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한국영화가 3년 연속 국내시장 점유율 30%대를 고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영화산업이 성장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서울지역 개봉관의 관객수는 지난해 2천7백여만명으로 전년보다 12.4%나 성장했다.

이를 미루어 지난해 전국관객은 6천1백5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8일 개봉을 앞둔 ''파이란''을 비롯해 하반기에도 ''무사''''화산고''등 흥행 기대작들이 대기중이어서 올해 전국관객은 7천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충무로에 유입된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제작편수도 가파르게 늘고있다.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1999년 49편에서 지난해 59편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70여편 가량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흥행수입도 99년 1천1백28억원에서 2000년 1천1백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한국영화가 1천3백억원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못지 않게 해외에서도 한국 영화가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반칙왕''이 홍콩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한국영화 바람을 일으켰다.

''주유소 습격사건''이 오는 28일 일본 10개 극장에서 개봉되고 ''JSA''가 5월 중순 일본 전역 3백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한국영화의 성장속도가 이처럼 빠르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작여건의 개선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영화의 다양성 확보나 완성도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화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전국적인 통합전산망 구축이 대표적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