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한국화가들인 박대성(56)씨와 오용길(55.이화여대교수)씨가 나란히 개인전을 갖는다.

박 씨는 대구 아문아트센터(21~5월 9일)에서,오 씨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20~26일)과 논현동 청작화랑(20~5월 4일)에서 신작들을 각각 선보인다.

두 작가는 전통 한국화의 맥을 잇고 있으면서도 화풍은 사뭇 다르다.

박 씨가 경주 등 유적지의 풍경을 정신적인 것까지 화면에 담아내려고 하는 데 반해 오 씨의 작품은 전통 산수화에 근거를 둔 현대적인 풍경화에 속한다.

기법상으로도 박 씨의 작품이 먹의 쓰임을 중요시한 먹 위주의 담채라면 오 씨의 그림은 담채와 농묵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대성 전=그는 10년을 주기로 작업실을 옮긴다.

초기 우이동화실에서 10년,양수리화실 10년,그리고 최근까지 평창동에 10년을 머물렀다.

작가는 이제 신라의 땅 경주로 화실을 옮길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 ''계림'' ''포석정'' 등 경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은 것도 화실이전을 염두에 둔 듯하다.

작가는 개인적 감성과 서정주의에서 벗어나 우리 문화유산의 예술적 가치와 정신을 탐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가로 11m,세로 3m에 이르는 대작 ''불국설경''을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월간 미술시대 류석우 주간은 "작가가 문화유적과 역사성을 작품에 주입하려는 것은 서화기(書畵氣)일체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한다.

잘 그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예술의 궁극적 목표인 ''향기''를 화면에서 느낄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에서는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문아트센터 (053)255-1793

◇오용길 전=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서정성 짙은 사실화로 표현해온 작가는 4년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서 먹과 채색을 적절하게 혼합한 전형적인 수묵담채화를 내놨다.

그의 그림은 쉽고 감성이 와닿는다.

"문기(文氣)보다는 사생의 묘미에 주안점을 뒀다"는 작가의 말처럼 체취나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림이다.

지리산 자락,구례 산동마을,광양 청매실 농원 등이 풍경화 배경이다.

''봄의 기운''은 산동마을의 산수유꽃이 소박하게 피어 있는 그림이고,또 다른 ''봄의 기운''은 하얀 꽃자태가 아름다운 매화의 풍경을 담았다.

마이산을 그린 ''산운''은 구도가 재미있고 ''북한산의 여름''은 북한산 암골미와 솔숲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가로 3.6m 세로 1.8m의 대작 ''밤의 도동항''은 울릉도 초저녁의 모습을 수묵화로 잡아낸 작품으로 구도의 웅장함이 돋보인다.

예술의전당에선 60호 이상인 대작 35점을,청작화랑에선 60호 이하 작품 25점을 각각 전시한다.

예술의전당 (02)580-1612,청작화랑 (02)549-3112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