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서양화가 우제길(59) 화백이 30년 넘게 씨름하고 있는 과제다.

작가는 빛의 오묘한 광채를 직선을 이용해 화폭에 담는다.

직선과 직선이 만나면 사각형의 면이 되고 면들을 여러개 엇갈려 쌓다보면 단층이 생긴다.

그 단층을 우리 전통의 색동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감으로 드러낸 것이 바로 빛의 광채다.

에너지가 가득찬 듯한 그 빛은 프리즘 효과에 의해 무지개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우 화백이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선보여온 ''작업(Work)'' 연작들을 내놨다.

정사각형 소품 1백2점을 연결한 1천호 크기의 대작도 함께 출품했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작가는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1976년)과 중앙미술대전 특선(1978년)을 차지한 데 이어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최고인기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인기상 수상작이었던 ''그날의 소리,그리고 빛''은 대도시 스카이 라인에 빽빽이 들어선 빌딩군(群)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직선을 선호하는 이유를 "직선이 갖는 강직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직선이 작가 내면 의식속에 담겨진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삼각형 구조는 새로운 시도다.

그동안 고수해 왔던 사각형이 집합이라면 삼각형은 분산(흐트러짐)을 뜻한다.

다운 타운의 빌딩군 이미지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산의 느낌도 담겨 있다.

삼각형의 도입으로 화면이 기하학적으로 분해됨으로써 신선한 느낌을 준다.

우 화백은 이런 시도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각형의 단순한 분해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연작 소품 1백2점으로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대작의 경우 상단에 아무 형태도 없는 그림들이 연결돼 있지만 아래로 내려올수록 삼각의 형태들이 겹쳐진다.

이미지상으로 그 삼각형들을 연장시키면 사각형이 된다.

화면에 보이는 삼각형은 작가의 설명대로 사각형의 단면인 셈이다.

색채도 전에 비해 한층 밝아졌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광주민주화운동을 의식해서 인지 검은 색이 주류를 이뤘다.

작가는 90년대 중반을 계기로 갈색 톤으로 전환한 뒤 그 기조를 유지하면서 보라 노랑 등 밝은 계열의 색채도 화면 곳곳에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도록 했다.

생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보려는 데서 비롯된 듯 하다.

작가는 "환갑에 접어들다 보니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게,절제미가 있으면서 화려한 색깔에 점차 이끌린다"고 말한다.

우 화백은 서울과 파리 쾰른 도쿄 등지에서 30여회 이상의 개인전을 가졌다.

28일까지.

(02)544-8481∼2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