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열, 여자 하나"

한국 영화계의 성비(性比)는 절대 남초(男超)다.

남성인력은 5천여명을 헤아리지만 여성인력은 5백명 남짓이다.

그러나 변화가 일고 있다.

사회전반에 걸쳐 "소프트화"와 "분업화"가 이뤄지면서 영화계에도 여성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기획.홍보.마케팅에 집중됐던 활동반경도 제작 연출 촬영 조명같은 제작현장으로 확장중이다.

특히 여성제작자들은 국내 영화 흥행사를 뒤흔드는 걸출한 결과물들을 내놓으며 충무로의 새 파워엘리트로 부상하고 있다.


◇ 제작자.프로듀서 =심재명 명필름 대표, 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가 선봉에 있다.

역대 흥행순위 1위인 ''공동경비구역 JSA'',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반칙왕'' ''주유소 습격사건'' 등 최근 2년간 한국 영화 흥행순위를 휩쓴 ''대박''들이 이들의 작품이다.

''충무로 여성 3인방''으로 불리는 이 세사람은 모두 영화사를 차리기 전 영화기획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기본기를 다졌다.

심재명(38) 명필름 대표는 88년부터 서울극장, 합동영화사에서 영화홍보일을 했다.

당시 ''결혼이야기''의 ''잘까 말까 끌까 할까''를 비롯해 히트카피를 여럿 만들어냈다.

95년 제작사 ''명필름'' 창립작으로 ''코르셋''을 선보인 뒤 ''접속''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JSA''에 이르기까지 연타석 히트를 날리며 ''명필름 불패'' 신화를 일궈냈다.

동덕여대 국문과 출신.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온 오정완(35) 대표는 영화사 신씨네의 기획·프로듀서로 출발했다.

당시 여성 프로듀서 1호로 ''은행나무침대'' ''편지'' ''정사'' 등 흥행작들을 내놓은 후 99년 ''영화사 봄''을 세웠다.

지난해 내놓은 작품 1호 ''반칙왕''은 서울에서만 관객 82만명을 동원하며 한국영화중 흥행순위 2위를 차지했다.

단국대 국문과 출신의 김미희(37) 대표도 99년 좋은영화사를 창립하자마자 첫 작품인 ''주유소 습격사건''을 한국영화 통산 흥행 4위(서울 96만명)에 올려놨다.

이전엔 시네마서비스에서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2,3'' 등을 기획했다.

이밖에 저예산 영화의 돌파구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노랑머리''의 제작자 유희숙 유시네마테크 대표도 활발하게 뛰고 있다.

심재명씨의 동생인 명필름의 심보경 이사, ''미술관옆 동물원''을 기획했던 이미영씨도 차세대 프로듀서로 주목받고 있다.

◇ 감독.스태프 =꾸준히 활동중인 여성감독은 아직 소수다.

이른바 ''야전사령관''으로 체력과 통솔력같은 영화외적 능력이 요구됐기 때문.

그러나 최근 도제시스템이 퇴조하면서 재능 있는 여성감독들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데뷔작 ''미술관옆 동물원''으로 완성도와 흥행에서 개가를 올린 이정향(37) 감독이 대표적 인물이다.

서강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수료했다.

명필름과 함께 신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준비중인 임순례(41) 감독은 한양대를 거쳐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영화과 석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여균동 감독의 연출부에서 일하다가 94년 단편 ''우중산책''으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대상을 거머쥐었고 96년 장편 데뷔작 ''세친구''로 호평받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낮은 목소리''를 만들고 있는 변영주(35) 감독은 한국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성감독. 이화여대 법학과 졸업후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촬영쪽에서는 ''연풍연가''를 찍은 김윤희(33)씨가 여성 촬영감독 1호다.

러시아 모스크바국민대 촬영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았다.

''쉬리'' ''단적비연수'' 같은 굵직한 영화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는 베테랑 편집기사 박곡지(36)씨도 주요인물.

시나리오 작가로는 ''닥터봉'' ''세이예스''의 여혜영, ''시월애'' ''리베라메''의 여지나, ''번지점프를 하다''의 고은님씨 등 30대 신예 여성작가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 극장사업 =극장주로는 서울극장 고은아(55) 대표, 김희정(29) 아카데미21 대표 등이 있다.

서울극장 권미정(35) 이사와 녹색극장 이인수(40) 극장사업팀장은 상영프로그램 기획력이 뛰어나기로 소문났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