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작가로 유명한 한국화가 이숙자(59·고려대 교수)씨가 오는 21일부터 조선일보미술관과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1994년 이후 7년 만에 갖는 11번째 개인전이다.

''보리밭''연작과 ''이브''연작을 변용한 ''훈민정음과 황맥'' ''청맥과 석보상절'' 그리고 신작으로 백두산 기행을 담은 ''백두산과 단군신화'' 등 41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30여년간 보리밭과 관능적인 여체를 결합한 특이한 방식으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추구해 왔다.

보리밭은 한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한''의 개념.

여기에 여체를 등장시킴으로써 한과 생명력의 조화라는 색다른 시도를 통해 한국적 삶의 풍경과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보리밭'' 연작에서 변형된 신작에는 여러 색채의 천에 훈민정음과 석보상절의 구절을 새긴 만장이 휘날린다.

미술평론가 오광수(국립현대미술관장)씨는 "작가는 신작들을 통해 극적인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하고 있다"며 "이는 작가가 점차 민족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훈민정음의 기호와 만장을 휘날리는 듯한 오브제들은 작가의 조형적 관심이 우리 역사에 다가서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같은 변신은 신작 ''백두산과 단군신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순금분과 석채로 그린 이 작품은 가로 14m,세로 2m 크기로 소품 8개를 연결한 형태의 대작이다.

이 그림은 작가가 1999년 백두산을 직접 답사해 스케치한 뒤 제작한 것이다.

그는 지난 2년간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않은 채 경기도 일산에 있는 화실에서 이 작품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한다.

원로작가 천경자씨의 제자인 이씨는 채색화 전통을 이어온 작가다.

1980년에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대상과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잇따라 수상해 미술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4월3일까지.

(02)734-045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