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피한다는 처가살이.오늘날 남성이 처갓집에서 지내는 것은 무능함의 대명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여성의 시집살이보다는 남성의 처가살이가 보다 보편적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시집살이가 일반화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 인 것으로 전해진다.

EBS가 29일부터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후속으로 방송하는 기획시리즈 ''주강현의 우리문화''(연출 유희성,월∼목 오후 10시50분)는 주변에서 잊혀져가는 풍속을 더듬어 가며 민속문화의 뿌리를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역사민속학자이자 한국민속문화연구소 소장인 주강현 박사가 임동창 김홍경 등 EBS기획시리즈가 배출한 스타강사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리문화의 수수께끼''의 저자이기도 한 강 소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전통민속문화연구에 천착한 1세대 학자출신이다.

특히 전통속의 성문화 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29일 첫회방송의 주제 역시 ''한국 성문화의 내숭주의''.자유분방했던 전통사회에서의 성문화가 조선후기로 접어들면서 변화한 과정을 구체적인 자료와 슬라이드 사진자료 등을 통해 설명한다.

"결혼은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성립된다"(동이전) "풍속이 매우 음란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

풍속에는 유녀가 많고 남편이 정해져있지 않으며 밤이면 남녀가 무리지어 섞여 놀고 귀천의 구분이 없다"(삼국지위지동이전 북사편)

강 소장은 각종 사료를 통해 현대사회보다 오히려 더 자유분방했던 고대사회에서의 성문화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변화해온 과정을 설명한다.

''성과 반란의 미학''을 다룬 2회는 지끔껏 역사서에서 마저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전통사회에서의 지배층과 민간인들과의 성문화를 짚어본다.

''주강현의 우리문화''는 이밖에도 ''배꼽문화와 노출혁명'' ''왼손과 오른손의 비밀'' 등 총 16회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다.

유희성 PD는 "일반인들이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인문학적 민속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일상의 주제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가는 민속학 강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