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2백만명의 대인구가 이동하는 최대의 민속명절 설.

올해도 오가는 길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가족의 따뜻한 품을 그리며 고향으로 달려가는 발걸음만은 가볍다.

방송 3사가 마련한 설날특집 프로그램 가운데 모처럼 한자리에 둘러앉은 식구끼리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볼 수 있는 특집드라마가 눈에 띈다.

KBS 위성2TV는 오는 22∼31일 16부작드라마 ''가족사진''(오후 5시)을 방송한다.

전쟁의 부산물로 두 가정을 이루게 된 가슴 아픈 현실과 반세기 동안 외아들을 키우며 남편을 기다려온 한 여인의 애절한 삶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실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옌볜방송국 옌볜동방예술학교 옌볜드라마제작센터가 지난 99년 합동으로 제작했다.

결혼한 지 3일 만에 서울에서 일본군의 강제징용에 끌려갔다 옌볜에 정착한 리현직 교수.

독립투쟁을 벌이던중 아내의 사망소식을 들은 그는 해방후 중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 2남1녀의 가장이 된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서울에서 외아들을 키우며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MBC가 25일 방송하는 ''며느리들''(연출 배한천,오전 9시40분)은 설날 부모를 찾아 귀향한 자식들과 며느리들의 갈등을 통해 가족간의 화목을 짚어보는 홈드라마.

서울에서 내려온 넷째며느리 선아가 속이 안좋아 괴로워하자 시어머니 오씨부인은 임신인 줄 알고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다.

다른 세 며느리들은 이를 아니꼽게 여기고 마침 선아가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며느리들이 작심해 다음 명절부터는 시부모님들이 서울에 올라와 설을 쇠자고 하는 바람에 집안이 발칵 뒤집힌다.

김을동 박순천 홍진희 노현희 김진 등이 출연한다.

21일 방송되는 SBS ''먼길''(연출 유철용,극본 박정란,오후 9시50분)은 설날 시골에서 딸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2부작으로 그린 드라마.

이번 설에는 외동딸 선주가 사윗감과 올거라는 소식에 들떠있는 아빠는 계속 재촉전화를 한다.

남자친구의 거절에 선주는 자신만을 의지하고 사시는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같은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우식에게 하룻동안만 애인이 되어달라고 제안한다.

선주의 고향을 찾은 우식은 생애 처음받아보는 극진한 대접에 놀란다.

고아원 출신인 우식에게 선주가족의 환대는 더욱 가슴에 사무친다.

아버지는 우식과 함께 목욕하고 잠을 자며 사위가 아니라 아들로 여기겠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남일우 이병헌 박진희 주연.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