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뉴욕 시카고 등 주로 미국에서 활동해 온 서양화가 곽수(51)씨가 오는 15일 서울 한남동 엘렌 킴 머피 갤러리에서 귀국전을 갖는다.

1996년에 이어 국내에서의 두번째 개인전으로 ''빛을 넘어서'' ''빛의 노래'' 등 빛을 주제로 한 연작 33점을 내놓는다.

곽씨 작품의 특징은 ''탈(脫)캔버스''.

작가는 사각형의 틀을 벗어나 색상과 형태를 통해 이야기 한다.

석고붕대 종이 하드보드 등을 재료로 입체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우연히 나타나는 선 조각 면들을 조형적으로 배치시켰다.

그 형태는 의도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부정형이다.

화면조직 사이로 색채가 배어들게 함으로써 한결같은 빛과 색을 안고 있다.

종이를 붙였다 떼거나 때론 긁어대는 콜라주 기법도 자연스럽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교수는 "부정형의 화면 이미지는 빛과 어둠,하늘과 땅,음과 양 등 이질적이면서 상반된 것들의 공존과 순환의 질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작가 자신은 "밤과 낮,슬픔과 기쁨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종교적 구원 및 극복이라는 영적 세계를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인물같은 수직형의 형태에 회색 갈색 등 중성의 색을 취했다.

그러나 최근작들은 부정형의 형태에 빨강 노랑 등 강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

작가의 관심이 일상적인 현실에서 이제는 종교적인 영감의 세계로 바뀌고 있는 과정인 듯 하다.

곽씨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작가다.

1973년 도미(渡美)하기전까지 미대 문 턱도 밟아보지 않았다.

그가 붓을 처음 잡은 것은 미국에서 미대에 입학하면서부터.

휴스턴에 있는 세인트 토머스대와 시카고의 시카고대학원에서 미술을 배웠다.

그 후 일리노이주 엘렘헐스트대 미술과 조교수와 워싱턴 조지타운대 미술강사로 일하면서 20여차례의 개인전 및 그룹전 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해왔다.

그의 작품에 종교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은 색다른 종교활동에서 비롯된다.

천주교인으로 자란 곽씨는 잠시 유대교로 개종했다가 지난해 다시 천주교로 돌아왔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인생의 고비를 맞았다고 한다.

"열이 하도 심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가망이 없다고 해요.

그런데 아는 한의사 권고로 소의 오줌을 먹었더니 깨끗이 낫더군요"

그의 가족은 이 ''기사회생''한 사건을 계기로 가톨릭 신자가 됐다.

유대교로의 개종은 결혼 때문이었다.

그의 미국인 남편은 유대인이며 ''김&장 법률사무소''소속으로 활동중인 국제변호사다.

지난해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면서 가톨릭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계시 시리즈'' ''내적인 시야 시리즈'' ''내적인 빛 시리즈'' 등 빛을 주제로 일관된 작업을 하고 있는 것도 그의 삶 자체가 영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곽씨는 1990년 뉴욕과학관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년 동안 시카고 미더웨이갤러리,뉴 올린스 세계무역센터,워싱턴 미국과학진흥원 등에서 순회전을 갖기도 했다.

2월14일까지.

(02)792-7495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