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재봉틀에 앉아 일한다.

타그닥 타그닥 하는 소리를 내지않으려 애쓰지만 별 소용이 없다.

결국 재봉틀은 여러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되고 연미복 입은 사람은 갑자기 음악가로 변신한다.

광대극단 "리체데이"가 펼쳐놓는 공연중 한 장면이다.

말로 설명하다보니 이 장면의 코믹함을 전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배꼽을 잡을 만한 장면으로 살아숨쉰다.

리체데이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국관객을 찾는다.

5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웃음보따리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리체데이는 1968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의 작은 마임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폭소극단체.서커스극단의 단순한 광대몸짓을 마임의 난이도 높은 테크닉과 결합시켜 예술적인 경지로 올려 세웠다.

특히 베를린 장벽 붕괴 축하공연에서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와 함께 무대에 선 것이 인기몰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들은 32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3천여회 공연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극단이름과 공연명이 같은 것도 재미있다.

리체데이는 요즘 유행하는 비언어 퍼포먼스의 한 장르라 볼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스텀프나 탭덕스 같은 요즘의 비언어 퍼포먼스는 주로 타악기에 의존하는 데 반해 리체데이는 마임에 음악과 여러 소도구를 접목한다.

웃음은 물론 눈물,쾌락과 비애,노여움 등 인간의 희로애락도 치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적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광대극" "찰리 채플린의 계승자"란 수식어도 이때문에 붙었다.

이런 명성 탓에 모스크바 올림픽 문화행사,프랑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문화프로그램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모두 24개의 자투리 공연을 옴니버스식으로 묶는다.

"푸른 카나리아" "마술가방" "날아다니는 모자" "빨래터 풍경"등이 그 프로그램.화려한 무대장치와 다양한 소품,흥겨운 음악과 기상천외의 연기 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후 3시,7시30분,일요일 3시,6시.1588-7890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