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즈믄해를 기다리던 지난해 세밑의 소란스러움과 달리 올 연말은 시나브로 저물어가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유난히 대형 이벤트가 많았던 올 한해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와 공연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말특집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EBS 송년특집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연예인들이 한꺼번에 출연해 매년 비슷한 포맷의 장기자랑을 벌이는 방송 3사의 프로그램과 달리 EBS는 저녁시간대에 올 한해를 차분히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했다.

오는 31일 방송되는 ''2000년,n세대 보고''(오후 7시20분)는 n세대의 문화코드를 읽는 옴니버스 형식의 다큐멘터리.

90년대 초반의 X세대에 이어 청소년 문화와 소비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른 n세대의 본질을 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천만 이산가족의 새해소망''(오후 10시)은 올해 가장 큰 이슈였던 이산가족상봉과 그 이후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남한 김홍렬 할아버지가 북한의 동생 김경렬 할아버지를 만나기까지 2박3일간의 상봉일정과 그후의 느낌을 시간대별로 담은 내용을 통해 이산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2000 한국을 돌아본다''(오후 10시40분)는 우리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병폐와 문제점을 돌아본다.

''빨리 빨리 조급증'' ''외모지상주의'' ''보신주의'' 등 만성적인 한국병을 진단하고 6·15남북공동선언 의료대란 구제역파문 러브호텔 등 2000년 한햇동안의 10대 뉴스를 짚어본다.

KBS 위성 2TV ''현장에서 포착한 2000년의 이미지''(31일 오후 6시)는 올 한햇동안의 사건사고를 사진으로 정리한다.

때로는 한장의 사진이 수천마디의 말보다 더 명징한 이미지를 전한다.

사회 정치 문화 등 6개 분야 사진전문가들의 사진을 통해 2000년을 되돌아본다.

또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생각한다''(오후 9시)는 최근까지 논란이 일고 있는 일본 역사교사서 문제와 한·일관계 변화를 각계 전문가와 함께 조망한다.

세계적인 합창단과 연주가들이 펼치는 각종 공연 프로그램도 볼거리다.

MBC가 29일 방송하는 ''크렌쇼 엘리트 합창단 초청공연''(오후 2시25분)은 세계 최고 흑인합창단의 화음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

이 합창단의 지휘자 ''아이리스 스티븐슨''은 우피골드버그 주연의 ''시스터 액트2''주인공으로 소재가 된 인물.

뮤지컬 ''포기와 베스''의 주제가 8곡과 성가곡도 들려준다.

또 30일에는 피아노의 황제 ''리처드 클레이더만 초청공연''(오전 1시25분)이 안방을 찾는다.

아름다운 피아노선율로 들려주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가을의 속삼임'' 등이 겨울밤을 장식한다.

EBS는 30일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뉴 에이지 건반주자 야니의 인도·중국공연 하이라이트와 한국팬들에 대한 인사를 담은 ''야니,타지마할·자금성 콘서트''를 방송한다.

또 31일에는 클래식 팝 라틴음악의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무대 ''특별한 만남,겨울''(오후 1시50분)을 선보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