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음반시장에서는 진귀한 기록이 하나 작성됐다.

조수미의 첫 크로스오버 음반인 ''온리 러브(Only Love)''가 클래식과 팝차트를 통틀어 판매량 1위(61만장)에 오른 것이다.

클래식 음반이 팝차트 1위 음반보다 더 많이 팔린 경우는 전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일.

판매량도 단일 음반으로는 국내 클래식 음반시장 사상 최고기록이다.

물론 소프라노 조수미의 이름값과 뮤지컬넘버를 부른 크로스오버 음반이란 점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서동진(41) 워너뮤직코리아 마케팅부장의 숨은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워너뮤직 레이블 중 하나인 에라토가 조수미씨의 크로스오버를 기획하고 선곡도 했습니다.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유행하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컬넘버가 대부분이었죠.''이래선 안되는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국이 가장 큰 시장이니 제가 고른 4곡을 넣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2곡은 잘렸지만 다행히 ''대리석~''과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들어갔던 거죠"

이 음반은 지난 3월 발매된 뒤 매달 6만장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9월 들어 판매량이 2만장대로 떨어지면서 ''온리 러브'' 열풍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여기서 서 부장의 진가가 또 한번 나타났다.

"인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때를 대비해 보너스음반을 넣어 2CD로 재발매했습니다.

작가 신경숙씨가 가사를 번역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등을 새로 추가했죠.

그때부터 월판매량이 다시 5만장 이상으로 늘어나더군요"

서 부장은 태교음반 ''모차르트 이펙트''의 기획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1997년 처음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5개 CD시리즈로 나온 ''모차르트 이펙트''는 총 63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그의 이런 탁월한 기획력과 마케팅감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30대가 클래식 음반의 주수요층입니다.

하지만 10대도 있고 실버세대도 있는데 이쪽 소비자들이 원하는 클래식이 뭔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뭐 별다른 것 있겠어''라는 식의 관성을 이겨내는 자세가 그의 최고 경쟁력같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