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중반의 독신남 잭(니콜라스 케이지).월 스트리트에서도 잘나가는 투자회사 사장인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돈? 넘친다.

뉴욕 맨하탄의 최고급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꿈의 자동차라는 페라리를 몬다.

여자? 한때 결혼할 뻔 했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일자리때문에 헤어지고 말았다.

맘만 먹으면 널린게 여자니까 애통할 건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일에만 매달려 있던 그는 귀가길에 이상한 흑인 남자를 만난다.

"잭.그건 당신때문이야"알수없는 한마디.다음날 아침 그는 낯선 집에서 눈을 뜬다.

옛 여자친구가 아내랍시고 곁에 누워있고 옆방에선 어린 아들딸이 빽빽 울어제낀다.

로맨틱 판타지 "패밀리 맨"(The Family Man)은 "2천년판 크리스마스 캐롤"같은 영화다.

오로지 일밖에 모르던 남자가 하룻밤 꿈을 통해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삶을 체험하면서 잊어버렸던 "사랑"의 참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게 줄거리.부와 명예를 쥐고 살다가 빠듯한 중하층 가정의 가장으로 "전락"한 남자는 서서히 가족에게 애정을 느끼면서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성탄절 아침 구두쇠 스크루지의 가슴에 인정이 살아났던 것처럼 냉정한 일벌레였던 그는 가정적인 남자(패밀리 맨)로 거듭난다.

"옛 여자친구"로 대변되는 삶의 본질적 가치는 결국 "현실속의 잭"이 대변하는 물질주의를 누르고 승리의 깃발을 휘날린다.

극을 풀어가는 방식은 "슬라이딩 도어즈"를 비롯한 여러 영화들에서 시도되었던 것이어서 색다른 맛은 없다.

진정한 가치를 깨달으라는 설교조 전개는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져 지루함도 안긴다.

가족과 성공을 이분해 대립시키는 사고도 거슬린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따뜻한 온기는 몇가지 흠결을 충분히 덮을만 하다.

평범한 일상에 부딪쳐 난감해하는 주인공을 통한 아기자기한 유머는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때로 "가족"이 주는 삶의 무게에 한숨짓는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작품.극중 대사처럼 "인생이 준 최대의 선물"이 무엇인지,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다.

"러시 아워""머니 코트"를 만들었던 브렛 레트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오랜만에 마음 깊숙한 곳을 드러내는 성격연기로 활력을 더했고 여자친구역의 티아 레오니는 멕 라이언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귀여운 매력을 과시했다.

대니 엘프만의 음악도 귀에 감긴다.

30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