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신예 심광진 감독의 "불후의 명작"(제작 시네마서비스)은 박중훈 송윤아라는 톱스타 기용으로 진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줄거리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겠다는 꿈을 지닌 에로 영화 감독과 그에게 용기를 주는 여성 시나리오 작가와의 잔잔한 사랑.미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먹고살기 위해 에로비디오나 찍는 신세로 전락한 인기(박중훈)는 언젠가는 순수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그런 인기에게 선배 감독은 재능 있는 시나리오작가 여경(송윤아)을 소개한다.

여경도 대필작가로 일해 돈을 버는 처지.

둘은 감성이 통하는 것을 느끼고 가슴속에 묻어둔 구상을 시나리오로 옮긴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는 간단치 않다.

서커스 광대의 사랑을 그린 극중 시나리오는 영화속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속 현실을 비추어낸다.

두사람의 순수하고 소담스런 사랑을 겹쳐서 보여주는 액자영화의 틀은 "미술관옆 동물원"을 닮았다.

중간중간 섞어낸 유머는 만만찮은 재미다.

"마님사정 볼 것 없다""박아사탕"같은 제목을 들이대며 에로영화 업계의 백태를 보여주거나 배우 신현준을 등장시켜 현실속의 상황을 비트는 농담들은 여러번 웃음을 끌어낸다.

박중훈은 예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과시했다.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출연한 송윤아도 무난하게 역할을 소화해냈다.

하지만 코믹한 장면들이 인상깊은 반면 정작 소시민들의 비애나 따뜻한 사랑은 그닥 진한 빛을 내지 못한다.

끝까지 평범한 스토리는 눈물샘을 자극할 클라이맥스없이 잔잔하게만 흘러간다.

감독은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아픔을 지닌채 간직하며 살아간다.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면서도 작은 희망을 잃지 않고 사는 모습이 결국 불후의 명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후의 명작"이 "불후의 명작"이 되기에는 힘이 달려보인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