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로 치닫고 있는 야산을 배경으로 감나무에는 익은 감들이 담 울타리 위로 대롱대롱 달려있는 정경.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늦가을의 독특한 풍경이다.

중견화가 김애영(56)씨는 산과 감이라는 제한된 소재를 오랫동안 다뤄온 작가다.

지난 70년대 후반 파리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그는 줄곧 산과 감만을 그려왔다.

산만 등장할 때도 있고 감나무가 있는 산을 그릴 때도 있다.

덕성여대 교수인 김애영씨가 오는 6∼16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2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산과 감을 소재로 한 유화 35점을 선보인다.

산만 그린 작품들의 배경은 정릉에서 바라본 북한산이다.

심심할 정도로 단순한 화면이지만 완만하게 흐르는 산능선의 실루엣은 한국적인 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는 산을 주제로 한 몇 작품을 그리는 데 8년을 소비했다.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화폭에 담는 데 그만큼 고통이 뒤따랐다는 뜻이다.

최근 그의 관심은 감에 집중된 듯하다.

갤러리현대의 박규형 아트디렉터는 "80년대 산과 집이 있던 화면이 산과 감으로 바뀌다가 최근에는 산도 없고 감만 등장한다"고 말한다.

작가 자신도 "감은 한국정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며 "덜익은 감,익은 감,연시의 색깔이 저마다 다르다"며 감을 예찬한다.

감만 다룬 작품들에선 단순함에 색채의 절제미가 돋보인다.

빨간 바탕 위에 빨간 감을 그린 점도 독특한 구성이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