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음악 문학이 만나는 예술 장르간 접목은 요즘 국내에서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따지고보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0세기 초만해도 입체파의 피카소 브라크,추상파 클레,초현실주의 달리 등 수많은 화가들이 음악을 자신들의 작품에 반영했다.

피카소는 큐비즘을 내세운 뒤 음악을 소재로 다뤘고 칸딘스키는 시적인 요소와 함께 음악이 흐르는 느낌을 주는 작품을 남겼다.

이에 비해 드뷔시는 인상파미술의 회화적인 특성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곡가다.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는 "그림이 음악성을 띨 때 생명을 가진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미술과 음악의 상호작용을 단적으로 지적한 대목이다.

금호미술관이 개관 11주년을 기념해 오는 6일부터 선보이는 ''미술속의 음악''은 미술과 음악의 상호 연계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금호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프랑스 보자르미술관과 말로미술관에서 화려한 색채화가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높았던 라울 듀피의 작품 20점을 대여해 미술관 2층에서 특별 전시한다.

1층과 지하1층에서는 오페라 ''마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마적 2001''과 화가 7명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그림 사진 설치작업으로 표현한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듀피전=프랑스의 어촌에서 태어난 라울 듀피(1877∼1953)는 오르간 반주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음악 바다와 함께 자랐다''고 할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깊었다.

마티스 세잔의 영향으로 포비즘 큐비즘에 참여하다 1922년 이탈리아 시실리섬 여행 이후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했다.

그의 작품은 색채가 화려하면서 어린이와 같은 순진함이 깃들어 있다.

그는 후기로 갈수록 화면을 단순화하면서 매끄럽고 세련된 화풍을 구축해 나갔다.

특히 악기의 고유한 음색,연주회장에서의 음악적 하모니를 화려한 색채와 생생한 필치로 작품속에 담았다.

또 다양한 섬유디자인과 타피스트리 작업을 통해 ''생활속의 예술''을 실현해 나간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음악을 주제로 한 ''클로드 드뷔시를 위하여''(1952년작) ''군가''(1951년작) ''니스의 불꽃과 즈테프롬나드 카지노''(1947년작) 등 페인팅과 드로잉 20점이 전시된다.

◆마적 2001,음악을 위하여=오페라 ''마적''은 음악적으로 보면 모차르트의 최대 걸작 중 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정경희씨가 안무를 맡아 전시장을 오페라 극장처럼 연출했다.

왕자,밤의 여왕의 딸 등 원작의 주요 인물들을 제외하고 천사소년이나 무사들과 같은 엑스트라급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등장 인물도 다양한 옷을 입힌 마네킹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현했다.

''사랑을 위하여''는 황규태 주명덕 이호철 등 7명의 화가가 바흐부터 스트라빈스키까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황규태는 드뷔시 쇤베르그를 사진합성 이미지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이주연은 바흐 바그너 드보르자크의 음악을 드로잉과 종이작업을 통해 조명했다.

내년 2월4일까지.

(02)720-5114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