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향이 "제2의 부천필"로 성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중량급 지휘자인 장윤성씨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한 울산시향은 최근 교향악단 규모를 3관편성(90명)으로 늘리는 작업을 완결했다.

내달 3일에는 단독 서울공연을 처음으로 기획,서울관객을 상대로 연주력을 뽐낼 예정이다.

내년에는 조이클래식이 주최하는 신년음악회(1월 17일),신진지휘자 데뷔콘서트(10월) 등으로 3차례 서울나들이를 할 계획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교향악단이 단독으로 서울무대에 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정도가 고작.

요즘은 교향악축제에 참가할 자격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져 서울관객과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울산시향의 ''서울공략''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음악평론가 한상우씨는 "예술단체는 이왕 만들었으면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마땅하다"고 전제하고 "지방시향은 서울에 와서 자주 공연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울산시향이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재정적인 여건이 좋은 점도 작용했겠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는 의욕에 차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인다.

울산시향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단원을 오히려 늘렸다.

올해부터는 연주수당도 따로 지급해 단원들의 급여가 30% 인상된 효과를 낳고 있다.

펜데레츠키 ''교향곡 5번 코리아''를 해외에서 지휘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후원자를 찾지 못하던 장윤성씨를 도와 지난 23일엔 체코,25일에는 오스트리아 무대에 서게 했다.

울산시가 시향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심완구 울산시장은 문화예술의 기반을 닦는 것은 전적으로 행정쪽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울산시를 문화예술도시 전원도시로 만들어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고 싶었다"며 "욕심을 부린다면 울산시향을 부천필이나 수원시향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기대를 밝힌다.

장윤성씨도 "울산시향에 취약점이 없진 않지만 수도권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은 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후견인을 잘 만난 작곡가들이 명작을 남기듯 이들 두사람의 인연도 범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느낌이 든다.

내달 3일 서울공연에 함께 할 협연자들의 면면도 범상치 않다.

김대진(피아노) 이경선(바이올린) 송영훈(첼로).

요즘 잘 나가는 신예와 중진 음악인들이다.

이들을 한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기획력이 울산시향에 있었나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이는 조이클래식이란 음악기획 및 매니지먼트사와 긴밀히 제휴하면서 가능하게 된 일.

이 회사의 전속 아티스트들을 협연자로 묶은 것이다.

울산시향은 앞으로도 지방 문예공무원들의 기획력이 약한 단점을 조이클래식과의 제휴로 보완해나갈 방침.

민영화가 대세가 되자 자기 도시의 문예회관도 독립법인화시키고 그 뒤에는 신경을 끊어버리는 문화행정의 난맥상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다른 시도 교향악단들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