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영화 ''인랑(人狼·인간늑대)''이 다음달 2일 개봉된다.

일본 대중문화 3차개방 후 두번째로 극장에 걸리는 재패니메이션이다.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인 오시이 마모루의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

오시이 마모루가 기획과 시나리오를 맡았고 ''공각기동대''에서 연을 맺은 신예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감독한 액션멜로다.

제작비 80억원에 제작기간 3년이 걸린 대작으로 결과물은 그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낸다.

배경은 60년대 가상의 일본이다.

패전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급진적인 경제정책을 편다.

성장에서 소외된 빈민과 실업자들의 범죄가 들끓고 반정부 세력은 무장투쟁을 선동한다.

정부는 정예부대인 ''특기대''를 양성해 이들을 무력진압한다.

세력 위축을 우려한 자치경찰과 공안부는 특기대를 고립시킬 음모를 꾸민다.

이 가운데 감정을 거세당한 인간병기 ''인랑''으로 키워진 후세와 여자 테러리스트 케이는 사랑에 빠지고 두사람을 둘러싼 숨가쁜 배신과 암투가 펼쳐진다.

이들의 사랑은 어머니로 가장한 늑대가 소녀를 잡아먹었다는 독일 우화 ''빨간 두건''과 병치된다.

동화적 모티브는 극중 현실과 정교하게 맞물려 비극적 종말을 예고한다.

작품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이념''이나 ''집단''의 냉혹성,그리고 거기에 희생당한 인간들의 비극적 운명을 잔인하리만치 정면으로 바라본다.

시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인간실존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적 깊이는 ''엔터테인먼트''의 경지를 초월하고 있다.

평론가 김의찬씨는 인랑을 두고 "흘러가버린 아픈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김질하는 세대를 위한 진혼곡"이라며 극찬했다.

실사영화보다 리얼한 표현기법이 감탄을 자아낸다.

시위장면이나 총격전은 만화적 리얼리티의 극치라 할 만하다.

상처입은 영혼의 내면까지 연기해내는 캐릭터들의 사실감도 놀라울 정도.

작품은 99년 일본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평가상,마이니치 영화콩쿠르 애니메이션상,포르투갈국제영화제 최우수애니메이션상·심사위원특별대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히고 있는 재패니메이션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놓치기 아까운 작품.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