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으로 차(茶)를 찬미해온 한국화가 백순실(49)씨가 인사동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타이틀은 ''동다송(東茶頌)-생성과 명상''.

지난 20년간 그래왔듯이 이번 역시 ''동다송''이라는 제목으로 작품들을 내놓았다.

''동다송''은 조선 순조 때의 초의선사(草衣禪師)가 지은 책이름.

우리나라 차인 ''동차''를 노래한 예찬서다.

백씨는 20여년 전 일지암의 여연스님을 만나 ''동다송''을 함께 읽고 차를 마시면서 깊은 향미에 매혹됐다.

거기서 비롯된 영감은 곧바로 창작으로 이어졌고 작품에는 ''동다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후 ''동다송''은 백씨의 일관된 작품주제가 됐다.

이번에 걸린 작품들은 지난 4년 동안 그렸던 1백호 크기의 대작 10점과 소품 22점을 합해 모두 32점.

흑갈색의 차분한 바탕색조는 차를 품고 있는 대지를 연상케 한다.

그위에 힘찬 붓질로 형상화된 씨앗이나 차잎 차뿌리 꽃같은 추상적 기호들은 싱싱한 생동감을 지닌다.

바탕의 담담하고 고운 갈색컬러는 한지를 커피 우려낸 물에 적셔 얻어냈다.

기호의 색도 검정 흰색 파랑 빨강 네가지로 최소화했다.

백씨는 "차를 가까이 하다보니 색에 대한 욕심이 없어졌다"고 한다.

안정감 속에 배어있는 사색의 분위기가 두드러진다는 평.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극도로 절제된 구성과 색채가 조용한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고 했다.

오는 20일까지.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