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출판산업의 눈금자"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지난 18일 개막됐다.

올해로 52회째를 맞는 이번 도서전에는 1백7개국에서 6천8백87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국내에선 15개 출판사가 한국관을 차리고 1천3백40여종의 책을 출품했다.

폐막은 23일.

한국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 관련서.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나춘호)는 전시회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노벨평화상 발표를 듣고 급히 김 대통령의 자서전 등 관련 서적 1백50여종을 모아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김대중 옥중서신''(한울)은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10여개국의 출판사로부터 번역 출간 의뢰를 받았다.

''나의 삶 나의 길''(산하)을 이미 번역한 독일의 FAZ출판사는 노벨상 발표 직후부터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며 ''DJ특수''를 한껏 즐기고 있다.

오랜만에 부스를 설치한 북한도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진을 확대해 걸어놓아 관심을 모았다.

특히 북한 사회과학원이 엮은 ''야담 삼천리''(현암사)는 남북 공동 출판서적으로 전시돼 주목을 받았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의 원작 소설인 ''DMZ''(박상연 작,민음사)가 큰 인기를 끈 것도 화제.

이 소설은 ''쉬리''원작을 번역했던 일본의 문예춘추사 등 유명 출판사들이 파격적인 가격의 수출상담을 릴레이식으로 벌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출판계에 무례할 정도로 고자세를 보여온 일본의 대형 출판사들이 앞다퉈 판권을 사겠다고 경쟁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 책은 유럽과 미국 남미 쪽에서도 높은 관심을 사고 있다.

올해 도서전의 전반적인 흐름은 4홀에 설치된 ''일렉트릭관''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로렌조 루돌프 조직위원장은 "모든 섹션에 전자출판물이 포함돼 있다"며 "''e북상''신설과 최우수 인터넷 사이트 선정도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모인 4홀에서는 전자책의 표준이 되는 XML 편집기들이 대거 선보였다.

단말기도 2백달러에서 6백달러짜리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러나 올해 출품된 신기종들은 대부분 한국 업체들의 기술보다 한 수 뒤지거나 고만고만한 것이어서 국내 전자책 관련 기술의 수준을 거꾸로 입증해주는 정도였다.

이곳에 독립부스를 설치한 한국의 와이즈북(대표 오재혁)은 첫날에만 프랑스 폴란드 독일 등 4개국과 15만달러 규모의 수출건을 협의했다.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를 위한 유로피안 콘텐츠 포럼에 참가한 김종수 한울출판사 대표와 박윤규 성공회대 교수는 유럽인들의 미국 정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그들의 주체적 콘텐츠 의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경우 초고속 통신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 정보 고속도로 위로 무엇이 달릴 것인가를 생각하면 유럽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결국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켜야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국 문인들의 방문과 문학행사가 줄을 이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의 가오 싱젠 기자회견에는 3백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프랑크푸르트=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