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자리(2월19일~3월20일생)사람들은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하지 않는 게 더 힘이 든단다.

한번 애정을 쏟으면 아무리 거절당해도 도무지 그 사랑을 멈출수가 없다는 섬세하고 예민한 별자리. "물고기 자리"(감독 김형태.제작 제이원프로)는 한 여자의 슬픈 외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은 이미 그 사랑이 화답받지 못하리라고 예고한다.

비디오가게를 열고있는 스물아홉살 처녀 애련(이미연).스카치테이프로 바닥의 먼지 한톨까지 줏어내고 "세상에서 단 한개뿐"이라는 이유로 다 떨어진 다이어리를 몇번이고 붙여서 쓰는 꼼꼼한 여자다.

영화와 열대어 한마리를 벗삼아 지내던 어느날 길건너편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가수지망생 동석(최우제)을 만나게 된다.

자상한 동석의 부드러운 미소는 애련의 가슴속에 사랑의 씨앗을 뿌린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믿던 그는 드디어 힘겹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남자는 애인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역시 세상에서 단 한개뿐.여자는 사랑을 거두는 대신 점점 강한 집착에 빠져든다.

초반 잔잔하게 흐르던 멜로는 거절당한 여자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부터 사이코 스릴러 분위기로 흐른다.

밤새도록 숫자를 일일이 눌러가며 남자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고.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그의 물건들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애절한 대신 섬짓하다.

여자의 강박증적 사랑은 안쓰럽지만 공감어린 연민을 끌어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처음으로 멜로 여주인공을 맡은 이미연이 순수에서 광기까지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며 열연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