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개화의 물결이 들이닥치기 전 1천년 동안 우리의 사상을 지배한 언어입니다.

이제 그 언어를 새롭게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논어를 압니까.

논어 읽어보신 분 손 한번 들어보세요"

지난 10일 ''도올의 논어 이야기'' 첫 촬영에 들어간 김용옥은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3백여명의 방청객에게 이렇게 물었다.

녹화 초반 다소 긴장한 듯하던 그는 강의가 시작되자 금세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좌중을 휘어잡는 언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대학생에서부터 반백의 중·장년층까지 이날 녹화장을 찾은 다양한 방청객들의 모습은 여느 촬영장과 다른 분위기였고 무릎위에 노트를 펼쳐놓고 받아적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업무를 마치자마자 달려왔다는 회사원 김준언(39)씨는 "도올의 노자 강의를 본 뒤부터 그의 팬이 됐다"며 "논어 이야기도 기존 인식의 틀을 깨는 강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첫날의 주제는 ''유교는 무엇인가''.

"나는 평생 고전과 씨름하며 살았다.이제 공자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그의 고향인 곡부를 찾는다"는 독백과 함께 시작하는 1부 다큐멘터리는 지난 6월 도올이 KBS제작팀과 중국을 찾아 직접 제작한 것.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된 2부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풀어갔다.

큰형과 본인의 미국 유학기를 통해 ''우리의 가치''의 의미를 끄집어내는 그의 강의에 방청객들은 금세 빠져들었다.

강의 중간중간 의약분업이나 특정 종교에 대한 개인적 의견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발언의 수위는 다소 낮아졌다는 게 이날 녹화를 지켜본 방청객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날 강의는 방송녹화라기보다 대학강의에 가까웠다.

단상에서 말하는 도올이나 방청객 모두 잠깐잠깐 방송촬영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강의에 몰입했다.

하지만 강의 형식에 있어 옥의 티도 없지는 않았다.

''우리의 가치''와 ''우리 것''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불필요하게 남발되는 영어적 표현은 적지 않게 귀에 거슬렸다.

''도올의 논어 이야기''는 13일 오후 10∼11시와 11시30분∼12시30분 2시간에 걸쳐 1,2부가 방송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