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처럼 까칠까칠한 머리,턱밑까지 치받친 스탠딩 칼라,하얗게 빛나던 칼라깃...

영화 "친구"(감독 곽경택.제작 시네마 라인II)는 그때 그시절 교복입은 고교생들을 추억하는 영화다.

모두가 배고팠던 70년대말,10대 후반을 함께 부대낀 사내들의 거칠고 비극적인 운명이 담긴다.

"억수탕""닥터K"를 만들었던 곽감독의 세번째 작품인 "친구"는 감독이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

고교시절 진한 우정을 나누던 네명의 친구들이 우연히 벌어진 패싸움으로 인해 인생의 행로를 달리한다.

폭력조직에 들어간 두 친구와 대학에 진학한 두 친구.네명을 기둥으로 엇갈린 우정과 갈등,배신과 화해가 20년의 세월을 두고 펼쳐진다.

그 중심에는 유오성(32)과 장동건(28)이 서있다.

유오성은 폭력조직의 보스로 소중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준석역.제작현장에서 만난 그는 "3월에 시나리오를 받아 읽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어요. 연기를 시작한 후 시나리오를 읽고 울기는 처음이었지요. 집사람도 제가 대본을 그렇게 진지하게 읽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하더군요"라고 했다.

그는 "줄거리만 보면 평범한 폭력영화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비극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이 가슴 아릴정도로 절절했다"며 "작품은 친구의 우정이 기본이지만 제겐 주위의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혹은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배어있는 작품으로 느껴졌어요.

시나리오가 가진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본의아니게 준석을 배신하고 그와 대립하게 되는 동수역의 장동건은 배우가 된 후 처음으로 비열한 연기에 도전한다.

변신을 위해 머리도 짧게 자를 생각이라고.

"평소 악역을 꼭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동수가 꼭 악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이끌려 어쩔수 없이 친구를 배신하게 되는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스케줄 문제로 작품에 참여하지 못할 뻔도 했는데 막판에 합류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두사람은 모두 "실존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퍽 조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유오성은 "아직 이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누구에게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연기가 관건일 것 같아요"라고 했다.

무대가 곽감독의 고향인 부산인만큼 두사람은 작품내내 1백%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해야 한다.

강원도 출신인 유오성은 그래도 꽤 자연스런 경상도말을 구사한다는 평.서울에서만 자란 장동건은 "지금 배우고 있는데예"라며 아직 어색한 투를 감추지 못한채 쑥쓰럽게 웃었다.

"친구"는 오는 8일 부산에서 촬영에 돌입한후 3개월여동안 촬영을 마무리하고 내년 2~3월께 개봉될 예정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