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La Fidelite.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는 제목대로 "정절"의 의미를 묻는 영화다.

육체와 정신의 정절을 저울질하지만 가치의 비중을 달기보다는 관객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데 촛점을 맞춘다.

인간의 본능이나 욕망의 심연을 파헤쳐온 감독은 이번에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아와 싸우는 인간의 고뇌를 드러낸다.

착실하고 순수한 남편(파스칼 그레고리)과 안락한 결혼생활을 시작한 여자(소피 마르소)는 거칠지만 열정적인 남자(기욤 카네)를 만나 유혹을 느낀다.

다른남자에게 온통 마음이 쏠리면서도 남편에 대한 신의때문에 괴로워 하는 여인.

그를 축으로 복잡한 인간군상과 갖가지 욕망들이 얽힌다.

줄랍스키 감독은 최근 내한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좋은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영화철학을 피력했다.

"피델리티"역시 그같은 철학에 충실해 보인다.

하지만 논리정연한 질서보다 의식의 흐름에 가까운 전개나 프랑스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감정의 과격한 표출을 선호하지 않는 관객에겐 지루할 수도 있겠다.

2시간 45분에 달하는 상영시간도 좀 부담스럽다.

30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