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스크림""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매트릭스""유쥬얼 서스펙트""식스 센스""아메리칸 파이""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빠짐없이 봤다.

2.패러디와 비틀기를 즐긴다.

3.콧물 배설물등을 이용한 지저분한 유머,적나라한 성적농담,희화화된 살인,썰렁하고 황당한 조크에 기꺼이 웃을 수 있다.

이상의 항목에 모두 "예스"라 답했다면 "무서운 영화"(Scary Movie.감독 키넌 아이보리 아이언)가 제공하는 유쾌한 오락을 만끽할 만 하다.

"무서운 영화"는 "스크림"과 "나는 네가..."를 기둥으로 삼은 패러디.

1년전 할로윈에 사람을 치어(?) 죽인 6명의 친구들에게 살인마의 손길이 찾아온다는 줄거리다.

여기에다 "아미스타드""타이타닉"같은 30여개가 넘는 영화에서 장면들을 끌어다 쓴다.

영화속 영화조차 예외없이 패러디된다.

"왓~~~츠업"으로 유명한 버드와이저 CF도 슬쩍해 왔다.

이른바 "오마주"(hommage:다른 작가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해 특정장면을 모방하는 것)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그저 웃기기 위한 패러디의 향연이다.

이야기는 "스크림"으로 연다.

팝콘을 튀기던 드류(카르멘 엘렉트라)가 스크림 마스크를 뒤집어쓴 살인자에게 쫓긴끝에 난자당한다.

그러나 가슴을 찌른 칼끝에 묻어나온 어이없는 "물질"에선 폭소가 터질 수 밖에 없다.

"블레어 위치"에서처럼 얼굴이 클로즈업된 여자 리포터는 돌연 누런 콧물을 좔좔 쏟아낸다.

마약파티장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청년이 내뱉는 대사나 "스크림"의 시드니에 해당하는 신디(안나 파리스)가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는 장면,막판 여주인공과 살인범과의 대결씬은 압권중의 압권이다.

결정적인 마지막 반전은 꽤 섬짓할 정도.

도끼에 잘려나간 목이 계속 수다를 떨어대거나 주인공들이 "이것도 다 영화"라고 심드렁하게 내뱉는데서는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게이를 조롱하고 인종이나 여성차별 발언에도 거리낌없다.

무례하고도 뻔뻔하지만 분개하진 말자.

어차피 지독히도 가벼운 농담일 뿐이니까.

미국 10대들의 열광에 힘입어 영화는 개봉당시 "퍼펙트 스톰"을 끌어내리고 전미 흥행 1위를 석권했다.

"오스틴 파워"에 이어 역대 코미디 영화사상 최고 흥행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관객 반응은 취향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릴만 하다.

웃느라 눈물을 쏙 빼거나 혹은 돈이 아까워 눈물을 흘리거나.

적어도 1항 만큼은 반드시 충족시킨후 영화관을 찾길.

한가지 더.

자막이 올라가기전 예고된 대로 마지막에는 실제로 장면이 이어진다.

기다리는 시간이 워낙 길어 속았다는 의심도 들겠지만 모자라는 경찰 두피의 "청소기"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30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