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상처가 깊을수록 인간은 외부의 화려한 욕망을 쫓는다.

그리고 그 욕망의 끝은 대부분 파국이다.

영화속에서 이런 욕망은 곧잘 ''태양''에 비유된다.

알랭 들롱의 절망적인 눈빛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40년이 지나 이를 리메이크한 멧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

모두 빈부격차를 뛰어넘으려는 젊은이의 욕망과 좌절을 그리고 있다.

KBS가 16일부터 ''꼭지'' 후속으로 방송하는 새 주말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극본 배유미,연출 고영탁·신창석)는 두 젊은이의 우정과 욕망 그리고 배신을 소재로 한 점에서 이들 영화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하지만 드라마는 살인으로 점철된 영화들보다 훨씬 감성적이다.

호태(박상민)와 민기(유준상).

가난 때문에 어머니를 잃은 호태는 돈 많은 착한 부자가 목표지만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야반도주한 민기는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으로 실패를 모르는 힘있는 남자를 꿈꾼다.

하지만 이 둘은 어머니를 잃은 아픔 때문에 둘도없는 단짝이 된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못다니는 민기를 위해 호태는 자신의 등록금을 미련없이 건네주고 자신은 대학을 포기할 정도다.

하지만 두 청년의 우정은 시골생활을 접고 서울로 상경하면서 배신으로 얼룩진다.

출세지향적인 민기는 호태의 연인이자 제일그룹의 무남독녀인 가흔(김민)을 차지하기 위해 우정과 첫사랑 지숙(김지수)을 버린다.

야망을 위해 우정과 사랑마저 저버리는 친구에게 호태는 배신감보다 연민을 느끼지만 옛 연인 지숙은 복수를 결심한다.

호태 역시 이미 민기의 여자가 돼버린 가흔을 포기할 수 없다.

사랑과 우정의 끝은 복수.

하지만 두 사람의 복수에 앞서 민기의 육신이 먼저 무너져내린다.

췌장암 말기 선고.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민기는 미혼모가 된 지숙의 손에서 자란 아들을 친구 호태에게 부탁하고 눈을 감는다.

이응진 책임프로듀서는 "연기자들의 개인적 개성보다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을 주제로 한 흡입력 강한 스토리위주의 남성드라마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