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으로 똘똘 뭉쳤다.

어디로 튈지 몰라 옆사람이 조마조마할 정도다.

음악전문채널 KMTV(채널 43)의 간판 VJ 율리(김율희.22).

스스로 "특기는 가무"(歌舞),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음주가무(飮酒歌舞)"라고 말한다.

음악이 있는 곳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몸을 흐느적댄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얄리"다.

"VJ요. 얼굴 이쁘장하게 생기면 누구나 하는 거 아녜요. 외국어 실력에다 음악적 지식도 많아야돼요. 무엇보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말재간이 가장 중요하죠"

그가 진행을 맡고 있는 길거리 연예정보쇼 "온 더 로드"(오후 5시)는 음악채널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아마 제작진도 그를 스튜디오에 가만히 잡아두는게 무리라고 생각했나 보다.

이 프로그램은 율리가 직접 거리로 나서 직장인 학생 등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최근 연예소식에 대해 얘기를 나눈 후 신청음악을 틀어준다.

예상하지 못한 은어 속어들이 수시로 튀어나오지만 "삐" 소리로 처리할뿐 편집은 하지 않는다.

율리는 "평소 친구들과 얘기할 때 사용하는 생활언어로 접근할 때 처음보는 사람들도 금세 친밀감을 느끼고 마음을 연다"고 말한다.

위로부터 주의도 수시로 받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난 율리야"식의 신세대 표현이다.

이처럼 톡톡 튀는 진행은 특히 여중.고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똑 부러지고 거침없다.

"전 얼굴 알리려고 VJ 하는게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걸 시청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주는게 좋아서 하는 거에요"

VJ와 MC만 하겠다고 말할때는 당돌하기까지 하다.

오는 13일 방송되는 MBC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백만송이의 장미"에도 가장 중요한 "생존게임" 코너의 MC 제의를 받고서야 응했다.

"전 1년에 딱 한번 아픈데 하필이면 촬영하는 날이었지 뭐에요.
퉁퉁 부은데다 화장도 안한 얼굴로 촬영했으니 어떻게 나올지 제가 궁금하네요"

율리는 사실 벌써 3년째 휴학중인 대학생.

미술분야에서 유명한 미국 로즈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2학년.

지난 98년 홍익대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KMTV VJ 공모에 응시한 후 여지껏 눌러 앉았다.

"미국대학은 10년동안 휴학이 가능해요. 젊어서 해보고 싶은 일 실컷 하고 나서 공부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유치원때부터 시작한 하프실력도 수준급이다.

국내 최연소로 코리아심포니와 협연을 가질 정도였다.

미국 유학도 음악공부를 위해서였지만 중도에서 포기했다.

"어려서 공부는 엄마가 시키지만 머리가 커지면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하프공부는 포기했어요"

그는 초등학교 이후 쭉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덕분에 지난 7월과 8월에는 괌과 일본에서 영어로 "온 더 로드" 특집방송을 하기도 했다.

늘어난 몸무게를 거리낌없이 공개하고 춤이 좋아 하루저녁에 나이트클럽에 두번씩이나 갔었던 이야기를 전과처럼 털어놓는 신세대 VJ 율리.

이런 솔직함이 그가 최고의 VJ로 인정받는 비결이 아닐까.

생글생글 웃으며 거침없이 애기하는 모습이 옆집 동생같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