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색채와 간결한 선묘로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원로작가 박노수(73.예술원 회원) 화백이 1일부터 1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갖는다.

오랜 침묵을 깨고 13년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은 50년의 그림인생을 정리하는 자리로 50년대 이후 최근까지 그린 수묵채색화 60여점이 출품된다.

높은 산과 기마소년의 설화적 연출이 돋보이는 ''산정(山精)''을 비롯해 소복 입은 두 여인의 고요한 사색을 그린 ''한일(閑日)'',기암과 파초의 선묘가 일품인 ''뜰'' 등 그의 대표작들이 망라된다.

또한 마치 준엄한 산수도를 보는 듯하게 만든 모란그림 ''부귀도''와 서양화의 점묘법같은 독특한 기법으로 완성한 ''수렵''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박씨의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생동감 넘치면서 그윽한 맛이 묻어난다.

북화적 준열함과 남화적 색채감을 멋지게 절충한 그의 작품들은 동양적 정서를 가득 담되 필법은 매우 집약적이고 탄력적이다.

대범한 대각선 구도와 트리밍된 채 화면밖으로 걸쳐있는 사물,화면밖을 응시하는 인물 등 독특한 그의 작업세계는 보는 이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은 "박노수의 그림은 동양화의 구태의연한 엄숙주의와 전근대적 취향을 벗어버렸다"며 "간결한 색채대비의 추상화를 보는 듯한 시원하고 장쾌한 구성과 묘사는 그의 그림을 동서양을 초월한 보편성의 그림으로 격상시켰다"고 평했다.

박씨는 서울대 동양화과 1회 졸업생으로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동양화를 공부한 1세대.

서울대와 이화여대 미대에서 후학을 가르쳤으며 예술원 미술분과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젊었을 때 왕성한 작품활동을 자랑했던 그는 1949년부터 81년까지 국전에 한해도 빠지지 않고 출품했으며 53년 2회 때 특선을 시작으로 3,4,5회 연속 특선에 선정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학교수 정년퇴임 후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그는 가끔 취미로 모은 수석(壽石)을 감상하며 노년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작품생활을 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절감한다"고 토로하는 박씨는 개성있는 자기 표현력과 품격을 갖춰야 예술인의 자격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세월이 흘러가도 좋은 작품을 남긴 작가로 남는다는 것.

그는 "자신이 그린 모든 작품이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특히 최근 것보다 40∼50대에 그린 게 더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화가로 조선시대의 장승업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을 꼽는다.

(02)3217-0233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