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여탕 또는 남탕을 활보하거나,남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거나,평소 못되게 굴던 사람을 골탕먹이거나,평소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몰래 쓸어오거나.

그 무엇이든간에 이성의 그늘에 가둬뒀던 "욕망"을 실현시키는 쪽이 아닌가.

투명인간을 소재로한 "할로우맨"(감독 폴 버호벤)은 지극히도 비현실적인 SF물이지만 인간들의 마음에 내재돼 있을법한 사악한 본성을 보여줌으로써 심리적 현실감을 확보한다.

국방성 주도의 "투명인간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천재과학자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스로를 임상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신기한 "능력"에서 재미를 느끼던 그는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실패하자 점점 흉포해진다.

동료들은 밀실에 갖히고 보이지 않는 공포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투명인간의 심리적 변화를 건너뛰거나 후반부가 갑작스레 "나이트메어"류의 공포쪽으로 흘러버린 점은 아쉽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 매력있다.

일단 탄성이 나올정도로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은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살갗이 걷히고 근육이 녹아내리는 변신과정과 물이나 연기를 이용해 표현해낸 투명인간의 질감은 손에 잡힐듯 생생하다.

연기파 배우 케빈 베이컨이 오만한 과학자역을,"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엘리자베스 슈가 투명인간과 맞서는 박사역을 맡았다.

"로보캅""원초적 본능""토탈리콜"등으로 특출난 재능을 과시했던 버호벤 감독은 "쇼걸"이나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그 힘을 다한 듯 했지만 "할로우맨"에서 적어도 관객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데는 성공한 듯 보인다.

9월2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