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3차개방 발표 이후 처음으로 일본의 극장용 애니매이션이 국내 극장에 내걸린다.

영상물 등급위원회로부터 수입 심의 반려 판정을 받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수병위인풍첩(獸兵衛忍風帖)''이 지난 8일 재심의를 통과,오는 9월 ''무사 쥬베이''란 이름으로 전국에서 무삭제 개봉된다.

''무사 쥬베이''는 일본에서 ''폭력미학의 대가''로 불리는 가와지리 요시야키 감독의 작품.

지난 93년 일본 개봉 당시 과격한 폭력묘사와 선정적인 표현으로 일본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수용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도 "과다한 폭력과 여성 비하적인 내용 등이 들어있어 1차 심의에서 반려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사 쥬베이''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흥미로운 사건전개,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으로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팬들은 "실사영화 못지않은 리얼한 액션장면과 함께 애절한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더해져 대중성과 오락성을 함께 갖춘 작품"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유마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관객상을 수상했다.

''무사 쥬베이''는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도요토미 정권을 재건하려는 사무라이 조직인 귀문 8인조와 이에 맞서는 쥬베이,그리고 그를 이용해 도요토미 일파의 반란을 막으려는 도쿠가와 정부의 첩자 다쿠앙의 삼각구도를 축으로 한다.

이 작품을 연출한 가와지리는 일본 하드고어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폭력과 성''을 소재로 한 독특한 화면과 인간 내면 심리를 간파하는 심오한 철학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 국내에서도 이미 그의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 87년 그가 연출한 ''요수도시(妖獸都市)'' 역시 한국 팬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추앙받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무사 쥬베이''가 무삭제 개봉됨에 따라 앞으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사실상 모두 국내에서 무삭제 개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다카하타 이사오의 ''반딧불의 묘'' 곤 사토시의 ''퍼펙트 블루'' 등이 잇달아 개봉될 예정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