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작업을 펼쳐온 원로작가 권영우씨가 2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8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70,80년대 미 발표작 50여점을 선보인다.

서울대 동양화과 1회 졸업생인 권씨는 역설적이게도 동양화의 기본뿌리라 할 수 있는 붓과 먹을 버리고 칼, 송곳 같은 도구를 이용해 작업을 펼친다.

그는 60년대 이후 종이 자체를 그림으로 이용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화선지를 그림 그리는 바탕으로 인식하는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종이 자체를 그림으로 이용하고 있다.

화선지를 겹쳐 바르고 위에 붙인 종이를 뜯고 뚫고 긁고 찢는게 그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는 추상''이 아닌 ''만드는 추상''으로 마치 수많은 배신과 파괴,상처와 분노의 흔적들이 교차하는 느낌이다.

파리에 머물기 시작한 78년 이후 권씨의 그림에도 채색이 등장한다.

찢고 자르고 뚫은데 단지 색을 덧칠한 것뿐이다.

권씨는 채색의 효과가 단지 여백속의 단순한 흔적으로만 남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동양화의 재료로서 지필묵이 종합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권씨는 국전 심사위원장, 중앙대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월전미술문화재단 이사, 예술원 회원이다.

(02)3217-0233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