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덕용아"

50년만에 만난 누님을 부둥켜 안고 울 수밖에 없었다.

목이 메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스무살의 꽃다운 처녀였던 누나는 일흔을 훌쩍 넘은 할머니가 돼 있었다.

지난 5일 MBC 특별취재진과 함께 혈육을 찾아 북한을 방문했던 가수 현미씨와 코미디언 남보원(본명 김덕용)씨.

남씨는 50년전 헤어졌던 누님을 만났지만 현미씨는 고향땅을 밟아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평안남도 순천군이 고향인 남씨는 지난 85년 9월 남북예술공연단 교환공연때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누님을 만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번 만남은 그후 다시 15년의 세월을 기다린 끝에 이뤄진 것이었다.

50년의 세월을 한시간의 만남으로 털어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지만 평양을 떠나는 날 새벽까지도 아무 소식이 오지않아 속을 태우고 있을 때 이뤄진 전격적인 만남이었다.

남씨는 "평소 부모님 산소 앞에서 꼭 살아생전 누님을 만나겠다고 다짐한 소망을 이룰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남씨와 달리 북의 두 여동생을 만나지 못한 현씨는 돌아오는 길에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현씨는 동생 중 한명인 길자씨를 지난 98년 9월 중국 창춘에서 만났다.

이번엔 다른 한명인 명자씨를 고향에서 만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북측사정으로 현씨의 고향이자 동생 명자씨가 살고 있는 평남 강동군을 바라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는 3년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준비해 둔 코트 등의 선물과 자신이 입던 옷을 동생에게 전해달라며 맡기고 돌아왔다.

이번 북한 특별취재팀의 지휘를 맡았던 김윤영 교양제작국장은 "사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언질을 받고 갔으나 현지에서 변수가 많았다"며 "이번 특집기획을 통해 이산가족상봉이 당국간 정책적 주선에 의존하기보다 자유로운 기회로 확대되길 기대했는데 미흡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MBC는 14일 오후 11시5분 ''현미·남보원의 이산가족 상봉''을 방송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