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 장대비 만나면 고개숙이지 말것/모처럼 모처럼 찾아온 어릴적 동무처럼/동백숲에서 장대비 내리면 동박새난다/길가다 장마비 만나면 눈감지 말것''(''장대비''전문)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체험한 삶의 시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시화전이 1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타이틀은 ''미(美)와 지(知)가 공존하는 공간-시화전''.

국내 화단을 이끌고 있는 중견화가들 20명이 현역 국회의원이자 시인인 김영환씨의 시를 형상화시킨 작품 40점이 나온다.

김 의원은 최근 바쁜 의정활동 가운데서도 거리에서 또는 삶터에서 겪은 일들을 일일이 기록해 두었다 시집 ''꽃과 운명''을 출간했다.

이번 시화전은 김 의원이 펼치고 있는 학교도서관 살리기운동을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참여작가는 고영훈 권순철 김병종 김봉태 류민자 박인경 사석원 박대성 오수환 이영배 이왈종 임옥상 전병현 정일 신명범 윤명로 이두식 박정민 주태석 황창배씨 등이다.

한국화단의 대표작가들로 학교도서관 살리기운동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자진해 작품 2점씩을 출품했다.

전시회 수익금은 소요경비를 뺀 전액을 학교살리기 운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출품작이 소품들로 가격은 1점당 2백만∼3백만원선이다.

그림은 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장대비''를 그린 김병종씨는 먹구름과 비오는 모습을 간단한 필치로 정감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왈종씨는 ''봄''에서 떠오른 즉흥적인 단상을 자신의 독특한 미의 세계로 옮겨놨다.

임옥상씨가 완성해낸 ''불행''은 글이 캔버스의 중심까지 침범,전통적인 시화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주황색 바탕에 빨간 글씨,노랗고 빨간 낙엽을 쏟아내는 홀로 서있는 나목(裸木) 등을 등장시켜 시 제목에 맞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봉태의 ''멜론'' 박대성의 ''목련Ⅰ'' 사석원의 ''꽃들'' 오수환의 ''도시의 밤''등도 시어에 맞는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지역구인 경기도 안산을 중심으로 학교도서관 보급에 앞장서온 김 의원은 "공교육 정상화와 정보화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도서관이 살아나야 한다"며 "이번 시화전이 그 필요성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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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