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에겐 확실히 특별한 것이 있다.

화려한 권법과 몸을 아끼지 않는 고난도 액션."살아있는 특수효과"라고까지 불리는 성룡은 무술에 유머를 덧입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어리숙한 표정과 사람좋은 미소에서 배어나는 인간미는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성룡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열렬팬들의 성원속에 "메이드 바이 성룡"은 이제 할리우드에서도 일정한 흥행성을 갖는다.

5일 개봉되는 "샹하이 눈"(Shanghai Noon)역시 전형적인 "성룡식"코믹액션 영화다.

19세기 미국 서부에 등장한 성룡은 평소와 다름없이 눈부신 활약으로 악당을 무찌른다.

이번에는 노란머리 총잡이와 함께다.

20년 넘게 보아온 스타일이건만 어김없이 관객의 박장대소를 이끌어낸다.

때는 1881년.서구문명을 동경하던 중국의 공주 페이페이(루시 리우)가 미국으로 도망쳤다가 납치된다.

황실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장 웨인(성룡)을 비롯한 황실 근위대 4명을 급파한다.

장 웨인은 우여곡절끝에 현상금이 걸린 총잡이 로이(오웬 윌슨)를 만나 함께 공주를 구하러 나선다.

제목은 게리 쿠퍼가 주연했던 서부영화 "하이 눈"(52년)을 패러디했다.

"장 웨인"이란 이름은 전설적인 서부영웅 "존 웨인"처럼 들린다.

동서양 문화충돌에서 빚어지는 소동이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성룡의 몸놀림이 옛날만큼 날렵하진 않더라도 46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투신액션은 충분히 유쾌하다.

콤비를 이룬 오웬 윌슨은 끊임없는 수다로 활기를 더한다.

중국의 거대한 자금성,험준한 산맥과 계곡,인디언 부락,끝없는 사막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광활하고 장대하다.

월트 디즈니 계열인 터치스타가 제작하고 CF감독으로 이름난 톰 다이가 처음으로 극영화에 도전했다.

시나리오 초안을 직접쓰고 주연에 제작총지휘까지 맡았던 성룡은 제작당시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인들이 악당이나 창녀 술꾼에 머물러야 하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싶다"며 "영화를 통해 중국문화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홍콩 액션스타가 할리우드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다는 사실은 분명 진보다.

미국에서 개봉첫주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를만큼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동양과 서양은 수평선상에 있지 않다.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보다는 "우스꽝스럽다"가 주조다.

"아메리카"는 "영원한 행복"과 나란히 놓인다.

대국의 공주는 미국이 좋다며 일개 가정교사를 따라 야반도주한다.

머리땋은 중국인을 보고 인디언 아니면 유태인이라며 헷갈리거나 중국인이라고 아는척을 하고는 "사요나라"하고 말을 건네는 서양인들의 무지와 몰이해는 당당하게 과시된다.

동양에 있는줄 아느냐며 줄곧 구박받던 성룡은 결국 "여기는 서양"이라며 "중국식"을 내던진다.

은근히 동양문화를 얕잡아보는 태도가 깔린 코미디는 웃기지만 씁쓸하다.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을 버리고 보면 분명 재미있는 영화.보너스인 NG모음이 더 즐겁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