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극장가에 "피의 사냥"이 시작됐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를 식혀줄 오싹한 공포영화들이 22일부터 차례로 내걸린다.

올 공포군단의 주부대는 한국영화다.

유난히 선혈이 낭자하고 잔혹한 살상이 난무하면서도 코미디에 닿아있는게 특징.

이른바 "스플래터 무비(splatter movie)"다.

이정현이 주연한 "하피"가 포문을 열고 "가위""해변으로 가다""찍히면 죽는다""공포택시"등으로 공포의 수위를 높여간다.

여기에 일본의 "링2"와 할리우드의 "크레이지 핸드"등이 가세한다.

국산영화의 경우 모두 신인감독들의 데뷔작이라는 점을 눈여겨볼만 하다.

<>하피=공포영화를 촬영하던 고교 영화동아리 멤버들이 시나리오대로 살해된다.

공포보다는 오락적 요소가 앞선다.

당초 성인용으로 출발했다가 15세이상 관람가로 방향을 틀면서 잔혹함을 줄이고 신세대를 겨냥한 유머장치를 곳곳에 집어넣었다.

"썰렁한 유머"에 열광하는 10대들은 좋아하겠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장난이 지나치다.

시나리오도 허술하다.

이정현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지만 "꽃잎"에서 보여준 광기는 사라지고 핼쓱한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김꽃지 김래원 출연.

감독 라호범.

22일 개봉.

<>링2=스즈키 코지의 원작소설 "링 시리즈"중 "링2"를 스크린에 옮겼다.

"링2"는 원작을 충실히 따른 "라센"과 모티브만 유지한채 새로운 구성에 도전한 "링2"의 두가지 버전이 나와있다.

이번에 들어온 작품은 "링2"로 저주받은 비디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그 비밀을 풀려는 사람들의 사투가 긴박하게 담긴다.

1편보다는 아무래도 공포감이 덜하다.

1편이나 소설을 보지 않았다면 이야기 전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듯.

출연 나카타니 미키 마츠시마 나나코.

감독 나카다 히데오.

22일.

<>가위=부천영화제 폐막작.

대학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동아리 "어 퓨 굿 맨"의 회원들이 차례로 살해된다.

회원들의 머릿속에는 2년전 자신들이 죽음으로 몰고 간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눈이 뽑혀 죽은 사체를 그대로 비추는 잔혹함외에도 일상의 공간에서 닥쳐오는 죽음의 공포가 섬뜩하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와 비슷한 구조다.

출연 유지태 하지원 김규리 정 준.

감독 안병기.

29일.

<>해변으로 가다=PC통신에서 만나 해변으로 피서를 떠난 대학생 8명에게 이메일로 살인 예고장이 띄워진다.

이윽고 한적한 해변 별장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무자비한 연쇄살인극이 펼쳐진다.

"13일의 금요일"이나 "나는 네가..."를 연상케 한다.

출연 이정진 이승채.

감독 김인수.

8월12일.

<>찍히면 죽는다=10대들이 산장에 놀러가 장난삼아 스너프 필름을 찍던중 사고로 한 친구를 죽인다.

아이들은 시체를 태워버리고 돌아온다.

2년후 사건에 관련된 멤버들이 하나씩 잔인하게 죽어간다.

역시 "나는 네가..."와 유사한 구조다.

잔혹함보다는 긴장감,혐오감보다는 유쾌함을 강조했다는 제작진은 두번의 반전을 기대하라고 말한다.

출연 엄지원 박은혜 정 민.

감독 김기훈.

8월19일.

<>공포택시="귀신택시"를 내세워 공포와 코미디를 결합시켰다.

"코믹 스피드 호러"를 표방해 피가 철철 흐르는 가운데서도 관객을 웃게 만든다.

개인택시 면허취득을 하루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숨진 택시기사가 귀신으로 되살아나 택시를 몰고 시내를 헤맨다.

미대출신인 감독이 빚어내는 특이한 색감과 괴기스러운 조명에도 주목할만 하다.

출연 이서진 임 호 최진희 감독 허승준.

9월9일.

<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