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뮤지컬 "드라큘라" 국내 초연때 드라큘라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가수 신성우가 다시 트란실바니아 성주로 돌아왔다.

7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드라큘라에 노랑머리와 검은 수염을 한 매력적인 드라큘라로 나온다.

큰 키에 록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도 드라큘라를 표현하기에 모자란다고 생각했을까.

"노랑머리와 수염은 이번 작품을 위해 준비한 겁니다.

어떤 여성이든 드라큘라 앞에서는 사랑의 노예가 된다고 하는데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물을 들이지만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말이에요,믿어주세요"

두번째 출연이다 보니 "드라큘라=신성우"란 등식이 성립되는 것 같다.

신성우 자신도 드라큘라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한다.

드라큘라는 사실 15세기 중엽 부패한 정치와 종교체제를 개혁하려던 인물.그는 "바른말을 많이 하는 록음악을 해서 그런지 사회적 메시지가 많이 들어있는 이 뮤지컬에 호감이 간다"며 "음악적으로도 록이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두번째 같은 역할을 맡으니까 쉬워 보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치 않습니다.

두번째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상대역인 로레인을 맡은 이소정은 98년 첫 공연 때도 신성우의 파트너였다.

이소정은 "처음에는 록커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라며 "지난번에 드라큘라를 공부했다면 이번에는 진짜 드라큘라가 된 것 같다"고 신성우를 추켜세웠다.

이번 공연까지 신성우는 뮤지컬 무대에 세번 올랐다.

작품수로는 드라큘라와 록햄릿 두 작품.모두 훌륭한 작품이어서 만족스럽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라고 하기에는 아직 낯뜨겁습니다.

꿋꿋이 무대를 지키는 뮤지컬 전문배우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고요.

그저 "좋아서 하는구나" 정도로 봐줬으면 해요.

그래서인지 뮤지컬이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아직 재미를 느끼는 시기라고 할까.

이걸 업으로 삼으면 힘들겠지만 말이죠"

신성우는 예전에는 뮤지컬의 노래와 춤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참여해 공연을 끝내고 나니까 "바로 이런 것이 뮤지컬의 매력이구나"란 느낌이 왔다.

하드트레이닝 뒤에 오는 꺼지지 않는 만족감이 뮤지컬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뮤지컬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저를 하드트레이닝시킨 강대진 감독이 있었기에 뮤지컬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특별히 강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드라큘라는 록햄릿보다 훨씬 힘든 뮤지컬이라고 신성우는 말한다.

한 여름에 20 이나 나가는 드라큘라 백작의 갑옷을 입고 연습하면서 비지땀을 몇바가지 흘렸다고 한다.

"갑옷을 입다보니 관절도 자유롭지 못해 연기도 힘들고..."

신성우는 이렇듯 진지하게 자신을 이야기하고 그속에서 자신을 느낄 수 있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엔터테이너다.

가수활동 외에 "Work & Works"그룹의 조각전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었다.

오는 10월에는 2년만에 새 앨범(6집)을 내고 라이브클럽 투어를 시작할 생각이다.

"새 앨범의 반은 세상에 대해 욕하는 것,반은 힘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내용입니다.

예전에 유행하던 뉴웨이브 펑크를 록음악과 결합시켜봤어요.

이제 조금씩 방송활동과 콘서트에도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