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4시 국립극장 4층 대연습실.

1.2막 연습을 끝낸 뮤지컬 "드라큘라" 출연진들이 마룻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이내믹하고 현란한 무용이 곁들여진 작품이다보니 모두들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연출가 강대진씨 눈에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비친듯 보였다.

"여러분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이 아닙니다. 다들 알잖아요. 외국에서도 공연되는 작품이라서 쉽게 비교됩니다. 그럴수록 더 열과 성을 내야죠.장마 핑계댈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

1998년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진 "드라큘라" 국내초연을 연출한 사람도 강대진씨였다.

같은 작품을 두번이나 만들다보니 주문사항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강한 인상 만큼이나 무게있는 강대진씨의 목소리는 열정적인 연습공간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드라큘라!,신과 싸움하는 미치기 직전의 드라큘라가 왜 그리 힘이 없어.걸음걸이에서도 드라큘라의 카리스마를 살려야 할 것 아냐"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드라큘라" 연습장면은 새로운 예술적 감흥을 느끼게 해준 흔치 않은 기회였다.

15세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잘 짜여진 스토리,한시도 딴 생각 못하게 만드는 다양한 색채감의 음악,무대 구석 구석을 활용하는 입체적 연출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특히 작곡가 드보르작과 스메타나를 배출한 체코 음악의 전통에 팝과 록이 뒤섞인 멋진 음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무색케 했다.

단순한 흡혈귀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려한 고독한 남자의 영원한 사랑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이 뮤지컬은 15세기 중엽 부패한 정치와 종교계를 타파하려는 드라큘라 백작이 수도원을 침탈하면서 시작된다.

신의 저주로 아내가 죽고 자신은 죽지 않는 흡혈귀가 된 드라큘라.그는 5백년의 세월 동안 악의 화신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사랑과 희생,아름다움의 갈망이 숨어 있다.

산드라라는 여인의 헌신적 사랑을 통해 드라큘라는 드디어 구원에 이르게 된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드라큘라 백작과 아내 아드리아나가 노래하는 "우리는 하나",3백년후 새로운 연인이 된 로레인이 부르는 "사랑하는 나의 님" 등 감미로운 멜로디의 아리아와 이중창.

이밖에 아내의 죽음에 절규하는 "증오와 분노",드라큘라의 첩인 요정들이 부르는 코믹한 리듬감의 "무도회" 등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중세유럽의 웅장한 무대세트와 로레인이 박쥐로 변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특수효과,화려한 의상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7월7일~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88-3888

장규호 기자 seinit@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