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비자들이 문화생산자로 나섰다.

지난달 중순 불의의 화재를 당한 신촌의 라이브클럽 "롤링스톤즈"를 되살리기 위해 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롤링스톤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롤사모)을 만들어 롤링스톤즈 돕기공연을 기획했다.

아직 척박한 국내 라이브클럽의 활성화를 돕고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건전한 정착을 위해 쌍방향(인터랙티브)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의 캐치프레이즈는 "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Rock will never die ).

돕기공연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롤사모의 이재성(29)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클럽은 살아있다""신촌문화를 지키자"며 목청을 높인다.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라면 성금을 걷거나 후원금을 모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화재로 잃은 것은 하나의 공연장이 아니라 록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록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으는 것이 이번 공연의 첫째 목적입니다"

롤링스톤즈는 신촌 현대백화점 맞은편 4층짜리 상가건물 지하에 위치한 25평 규모의 공연장.

콘서트가 시작되면 1백명여명이 어깨를 부딪치며 헤드뱅잉을 하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좁은 공간이 아니었다.

어떤 구속도 거부하는 인디밴드의 연주는 팬들에게 널찍한 자유의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롤사모 회원인 이가영(25)씨는 "윤도현밴드 공연 때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몰라도 2백명이 함께 콘서트를 즐겼다"고 귀띔한다.

95년에 문을 연 롤링스톤즈는 하드록쪽에서는 이름있는 클럽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체리필터 닥터코어911 마루 LOOP 등 유명 인디밴드를 배출했다.

윤도현밴드 시나위 블랙홀 할리퀸 등과 일본의 유명 밴드도 롤링스톤즈 무대를 자주 찾았다.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종임씨는 "시베리안허스키 코어매거진 등 고정 밴드와 골수팬들을 합하면 1백명이나 된다"며 "모두 롤링스톤즈 가족"이라고 소개한다.

"낮부터 찾아와 이것저것 일을 도와주고 저녁에 음악을 즐기는 팬들도 부지기수예요"

이 클럽이 화마에 휩쓸리자 기타리스트 출신의 사장 김영만(31)씨는 더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누적적자가 8천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연장을 복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 윤도현밴드의 기타리스트 유병렬씨가 "돕기공연을 하자"고 먼저 제안하고 나섰다.

클럽의 "식구"들이 하나 둘 모였고 독립예술제 사무국,연세대총학생회,라이브넷 엔터테인먼트,강아지 문화/예술,핫뮤직,웨이오디오,라인조명,오늘의 책,클럽을 사랑하는 밴드/사람들이 합세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롤사모였다.

이재성씨는 "인디밴드의 라이브공연에 관객들이 몰리지 않아 전체적으로 클럽들이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다.

"오히려 인디밴드 스스로 연습을 소홀히 하는 등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해 관객들의 기대에 못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가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씨는 "이번 공연이 팬들의 힘,어떻게 보면 언더문화 NGO의 힘으로 인디문화를 일궈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오는 25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오후 3시,7시 두차례에 걸쳐 열린다.

3시에는 시나위 GIGS 크라잉넛 블랙홀 체리필터 등 어느정도 연륜을 갖춘 밴드들이 나온다.

7시에는 박기영 리아 등 솔로가수와 마루 LOOP 닥터코어911 허클베리핀 등의 밴드들이 무대를 장식한다.

1588-3888

글=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