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장간에 "자기 색깔"을 찾기 위한 기획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LG아트센터가 고품질의 신선한 기획공연을 잇달아 무대에 올리고 세종문화회관도 산하 예술단체의 공연외에 새로운 기획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이제까지 기획에서 앞서가던 예술의전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촉발시킨 계기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LG아트센터의 개관기념축제.

피나바우쉬의 현대무용,브로드웨이 뮤지컬 "스모키조스 카페",러시아 극단 데레보의 연극 등은 관객들에게 신조류의 세계적 작품들을 맛보게 했다.

"홍혜경과 제니퍼 라모의 듀오콘서트"도 멋진 공연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은 영국 로열세이스피어컴퍼니의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성황리에 공연중이다.

김주호 LG아트센터 부장은 "아직 자체기획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이지만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해외에서 들여올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고 그동안의 기획을 자평했다.

그는 이어 "실내악 뮤지컬 연극 무용 등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며 "진지하고 기대치가 높은 관객들 수준에 맞춰 대관공연 심사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러시아 말리극장의 연극 프로그램과 보리스 에이프만의 현대무용,신조류 오페라인 겔리콘 오페라 등으로 "러시안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또 스페인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인 나초 두아초를 초빙해 발레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도 지난 3월부터 "한국의 음악가" "젊은 음악가"시리즈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망신예연주회"를 나흘간 열기도 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기획한 시리즈와 유사해 "베끼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

그러나 박인건 공연기획팀장이 예술의전당에 재직할 때 기획한 것이어서 결국 자신의 레파토리를 세종문화회관 무대로 옮겨온 것이나 다름없다.

세종문화회관은 또 오페라 페스티벌을 야심차게 기획해 오는 9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이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이 서울 강북지역을 대표하는 순수예술 공연장으로 거듭 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예술의전당은 LG나 세종의 기획인력들이 대부분 예술의전당 출신이란 점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상당한 기획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

한 관계자는 "''세종에선 하는데 전당에서는 안해요''란 문의가 들어올 정도여서 이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교향악축제 유망신예연주회 오늘의작가 시리즈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열되는 기획공연을 예술의전당의 특성을 살리는 기획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예술의전당은 경영지원팀 안에 "중장기발전계획팀"을 꾸려 기획프로그램의 성격과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회" 같이 진지하고 국내 공연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