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이 오랜만에 3층 객석의 먼지를 털어냈다.

화제작 "레이디 맥베스"(극단 물리,한태숙 연출)를 보고자 찾아온 관객들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전 객석은 물론 계단에까지 빡빡히 차고 넘칠정도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모티브로 맥베스를 조종해 왕위찬탈을 도모한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춘 "레이디 맥베스"는 올해로 세번째.

음악이나 오브제의 활용이라는 신선한 형식미외에 주인공인 서주희(34)와 정동환(51)의 열연으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분장실에서 만난 "맥베스 부인"은 뜻밖에 말이 없고 차분했다.

흔히 "광기"나 "신들림"으로 수식되는 무대위의 모습과 언뜻 겹쳐지지 않는 가라앉은 분위기.

바로직전 무대에서 관객들의 숨소리마저 죽여버렸던 이가 정말 이 사람일까.

"그런 열정도 분명히 어딘가 제 안에 있겠지요.

사실 굉장히 힘이 들어요.

워낙 기력이 소모되는 역인데다 스스로 죄의식의 감옥에 갖힌 역할이니까 감정이입을 위해 스스로 아픈 기억을 파헤쳐야 하는데 몹시 괴로운 일이지요"

브라운관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시청자를 만나던 정동환씨도 권력욕에 사로잡힌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의 죄의식을 캐내는 전의를 넘나들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초연때 관객으로 작품을 보고 반해서 바로 연극에 참여하고 싶다고 지원을 했어요.

처음엔 극이 형식미에 갖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오브제나 행위로 풀지 못하는 여백을 채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서씨는 98년 초연때부터 맥베스 부인으로 무대에 섰고 정씨는 지난해부터 가세했다.

같은 작품을 계속하다 보면 이력이 날법도 하지만 두사람은 단호히 고개를 내어 젓는다.

"매번 작품을 손질하니까 새작품같아요.

특히 정동환씨가 파트너로 가세하면서 비로소 대사가 아닌 말을 할 수 있게 됐거든요.

소통을 할 수 있게 된거죠"(서주희)

"공연할수록 작품에 매력을 느낍니다.

스탭끼리 작품을 레퍼토리화 해서 나중엔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을 보고 가도록 하자는 얘기를 해요.

실제로도 가능할 것 같구요"(정동환)

6월18일까지.

(02)780-6400

<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