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 극사실주의를 고집해온 중견화가 이영희씨가 6월1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사비나에서 전시회를 연다.

이씨의 다섯번째 개인전인 "삶의 길-희망전".

점차 사라져가는 황톳길을 주제로 새벽무렵부터 해질녘까지 여러 시점에서 포착한 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세필로 여러번 붓질을 거듭한 화면은 풍경사진인 듯 생생하다.

거친 질감의 황톳길에선 금방이라도 흙먼지가 풀풀 날릴 듯 하다.

진흙길은 물기가 잘박대는 질척한 느낌이 발에 밟힐 듯이 배어난다.

캔버스 구석의 돌부리 하나 잡초 한포기에까지 정교한 터치를 잊지 않았다.

사물의 사실성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작품은 삶의 철학적인 의미를 담는다.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향해 뻗은 흙길은 그 위를 지나간 인간들의 삶의 궤적이자 작가의 지나온 인생이기도 하다.

또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거나 미지의 세계를 표상하는 길일 수도 있다.

가끔 등장하는 인물들이 외로워보이는 촌부나 인생의 여러 단면을 체험한 노인들인 것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내포한다.

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한 하늘은 희망을 상징한다.

미술평론가 박명인씨는 "이영희의 작품은 고난의 길을 걸으며 힘든 언덕을 넘어 희망을 맞이하는 삶의 총체성을 그린 한편의 인생 드라마같다"고 평했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속에 놓인 사실적인 형상은 인간의 참모습을 담고 있고 역사를 창출하는 영속성이라는 점에서 애정이 간다"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길과 때론 눈부시고 때론 부드러운 빛으로 감싸인 하늘,기다림을 간직한 사람들의 몸짓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02)736-4371

<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