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에 소극장이란 애초부터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동네 약국만큼이나 흔한 명품샵이나 일단의 고급 음식점 또는 미니멀한 바에 이르기까지.

위압적인 세련미로 중무장한 "여피의 거리"에 유시어터가 안착하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연극계의 견고한 집단 거주지 동숭동대신 낯선 청담동에 둥지를 튼 유시어터가 지난달로 개관 1주년을 맞았다.

현재까지 성적은 "기대이상의 선전"이다.

"햄릿 1999" "철안붓다"와 같은 개성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입지를 다져온 덕이다.

초기의 이질감은 상당부분 "독특한 존재감"으로 대체됐다.

유시어터와 극단 유를 이끄는 유인촌(49)대표는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라고 말한다.

"지난 1년은 일단 자리를 잡는데 바빴어요.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만족하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색깔찾기에 들어갈 겁니다.

궁극적으론 창작 사극에 관심이 있어요.

경영적인 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회원제 극장으로 운영하는 것도 생각중이예요"

극단 창단부터 극장운영까지 쏟아부은 돈만 벌써 50억원.

하지만 연극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란 당치 않은 기대다.

유시어터 장부에도 매달 1천만원 이상씩 적자가 찍힌다.

"원래 배우들이 먹고 사는데 문제없는 극단을 만들고 싶었는데 쉽지 않네요.

아직은 홍보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요.

다행히 돈 떨어질만 하면 CF제의가 들어와 유지가 됩니다.

지원받을 길이야 막막하니까 어차피 스스로 꾸려나가야 하는데 점점 나아질겁니다"

연극배우로 데뷔한지 30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누비는 가운데서도 1년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연극무대에 섰다.

최근엔 이해랑 연극상 수상으로 그동안의 작업을 인정받았다.

"감사하지요.

연극인으로서 의미있는 상이니까요.

제가 뿌리내릴 곳은 늘 연극계라고 생각합니다.

연극판엔 팀워크가 살아있고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거든요.

그리고 연극무대에서는 나이들어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멋지잖아요.

상금도 많아서 극장에 도움도 됐습니다"

천상 배우라지만 유년기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

대통령,국회의원,의사,교수...

또래 사내애들이 한번씩은 다 그려봤을 그런 희망들.

하지만 배우가 된후 대통령에 조선조 왕까지 다 해봤고 실제 강단(중앙대 연극영화과)에도 섰으니 다 이룬셈이란다.

"10년안에 극장을 하나 더 만들고 싶습니다.

교외에 고전양식의 야외극장을 짓고 싶어요.

돈이요.

한 1백억원이면 되겠지요."

타고난 낙천주의자라는 그는 쉽게 말하고 크게 웃었다.

곧 오십줄에 들어설 중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맑고 서글서글한 눈동자는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