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연인처럼 느껴지는 줄리아 로버츠.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그는 할리우드 여배우 중에서도 대표적인 팔등신 미인이다.

"귀여운 여인""펠리칸 브리프""노팅힐""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등에서 그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늘상 귀족적이면서 세련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5월4일 개봉하는 "에린 브로코비치"는 진정한 연기자로서 줄리아 로버츠의 재능을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그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법대생 기자 창녀 간호원 등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연기파 배우로는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그는 상스런 말을 지껄이는 빈민층 이혼녀로 변신,달라진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에린(줄리아 로버츠)은 두 번의 이혼 경력에 세 자녀를 둔 여인이다.

일자리도 없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절망에 빠진 에린은 차 사고로 알게 된 변호사 에드(앨버트 피니)를 무턱대고 찾아가 어떤 일이라도 닥치는대로 하겠다며 눌러 앉는다.

맘씨좋은 에드는 할 수 없이 에린에게 장부정리 일을 시킨다.

하지만 에린은 법률에 문외한인데다 버릇도 없고 가슴이 다 드러나는 차림새로 동료 변호사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만 일삼는다.

그러던 어느날 에린은 수북하게 쌓인 서류 중에서 이상한 의학기록들을 발견한다.

그 일에 흥미를 느낀 에린은 진상을 조사하며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92년 캘리포니아의 작은 사막도시 힝클리에 들어서 있는 대기업 PG&E의 공장에서 유출되는 크롬성분이 마을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에린은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고 마침내 마을 주민 6백명이 PG&E를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영화는 최하류층인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여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배상금을 받아낸 실화를 소재로 했다.

미국인들에게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일깨운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3월 개봉된 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달만에 미국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섹스,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8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탄탄한 구성에 톡톡 튀는 대사와 위트,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줄리아 로버츠를 위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는 가슴이 드러나는 야한 옷차림으로 아무에게나 욕설을 해댄다.

"가정"과 "직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쫓아야 하는 커리어 우먼.

그는 커리어 우먼들이 생활에서 부딪치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영화 마지막에서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줄리아 로버츠는 이 한편의 영화 출연으로 여배우로서는 최초로 2천만달러라는 엄청난 개런티를 받았다.

이는 영화제작비의 절반에 해당되는 거액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줄리아 로버츠 때문이다.

관객들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그의 매력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성구 기자 s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