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심벌로 1960년대 미국의 은막을 주름잡던 마릴린 먼로가 죽은지 38년이 흘렀다.

비록 그녀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비명으로 세상을 떴지만 아직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배우로는 드물게 전기영화까지 만들어진 것이 그녀의 인기도를 반증한다.

"노마진 앤 마릴린"은 가감없는 먼로의 일대기다.

배우로서 성공하기 이전의 노마진시대와 성공한 이후의 마릴린시대로 엮어져 있는데, 이례적으로 두 여배우가 동시에 주인공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표면과 내면의 두 인간상을 보인다고 할까.

여성으로서의 나약함과 대스타로서의 허영이 교차되면서 생전의 먼로가 보였던 변덕과 이중성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재능있는 미녀의 출세성공담이 아닌 것이 호감을 준다.

먼로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유명 여배우로선 이색적인 남성편력의 경력을 갖고 있다.

당대 최고의 운동선수(조 디마지오) 및 지식인(아서 밀러)과 결혼을 했는가 하면 세계최고의 권력자(존 케네디)와 염문을 뿌린 것.

가위 남성제패 3관왕인 셈이다.

그방면의 챔피언급인 리즈 테일러나 브리지드 바르도는 거쳐간 남자만 많았을 뿐 품질(?)면에선 먼로에 이르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의 리스트에 미녀배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 갑부가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바로 먼로의 인기를 영원하게 하고 전기영화까지 나오게 했는지 모른다.

영화는 먼로가 할리우드에서 빛을 보려고 얼마나 치졸하게 행동했는지 보여 준다.

그리고 그녀가 스타덤에 오른 뒤 얼마나 허무에 빠져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그리고 있다.

애초부터 배우자질이 부족했던 주인공은 육탄공격으로 은막에 뛰어든다.

여자가 강해지려면 강한 남자부터 정복해야 한다는 출세철학을 공공연히 내세우면서...

그녀의 무차별 공략에 사족을 못쓰는 영화계의 거물들을 보면 먼로는 듣던대로 IQ미달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먼로의 마지막 모습은 매우 일그러져 있다.

정신은 황폐해지고 몸까지 망가져 왕년의 팔등신이 아니다.

섹스 심벌로서 상품가치가 떨어졌으니 그 일탈감이 오죽했겠는가.

그녀의 죽음은 약물과용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영화는 "늙고 병들어 죽기 싫다"는 젊은날의 본인 말을 빌려 사인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먼로가 어떻게 죽었건 이 영화에선 별 의미가 없다.

영화가 넌지시 던지는 메시지는 "모두 일장춘몽인데 그렇게 아등바등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가"라는 의문으로 압축된다.

세기의 미녀에 대한 추도나 애모의 뜻은 별로 없다.

대중스타의 전기영화를 이렇듯 담백하게 만드는 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편집위원 jsr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