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통한국화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부활시키려 노력하는 작가들이 많다.

물감이나 화면은 서양재료를 사용하면서 소재는 문인화에 흔히 나타나는 꽃이나 난 대나무등을 채택함으로써 한국화의 이미지를 한껏 내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현대화된 "개량한국화"를 그리는 셈이다.

27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금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석철주씨도 이러한 화가중 한사람이다.

그는 1985년 첫번째 개인전이후 줄곧 한국화의 현대적 실험에 관심을 기울여 국내화단으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생활일기"연작에서 그는 묘사하고 설명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비워두고 남겨두기를 선택했다.

여백의 미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소재는 지금까지의 질박한 장독이나 실패 골무등 향토적 이미지 대신 대나무 매화 등나무등으로 대체시켜 전통문인화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구현하는 방법은 화선지위에 먹선을 그어나가는 전통적 기법이 아니다.

거듭된 바탕칠을 물로 닦아내고 지워나가는 역발상적 기법을 통해 이뤄진다.

그는 물감을 쌓아나가기보다는 닦아내고,분명하게 드러내기보다 희미하게 지워나가면서 동양과 서양,전통과 현대,채색과 수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색상은 흑과 백 또는 한가지 색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단색조의 색상으로 시원스레 정리된 화면위에는 단순화된 식물의 이미지가 단아하게 배치된다.

권영진 금산갤러리큐레이터는 "대범한 형태변용,다채로운 색채,다양한 혼합매체의 개발,오브제부착등 다각적으로 전개되던 작가의 실험이 의외로 단순명쾌한 조형적 원리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고 평했다.

석철주는 우리나라 산수화의 거목인 청전 이상범밑에서 어려서부터 수묵과 질료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의 작품에 밑바탕이 되고 있는 먹의 스밈과 번짐의 효과도 이때 터득한 기술의 결정체다.

27세에 추계예술대학에 들어가 40세에 결혼한 그는 이제 50줄에 들어섰지만 모든게 남들보다 뒤진 만큼 작업에 대한 열정은 어느누구도 따를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오랜세월동안 서양적 매체의 조형적 탐색으로 전통적인 소재와 정서의 부활을 꿈꾸어온 석철주.

이번 전시회는 그의 지난한 여정이 결실을 맺는 자리가 될것 같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수로 재직중이다.

(02)735-6317~8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