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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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구입자금 수요가 회복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 달만에 4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른바 '영끌' 주택 매수 현상이 나타난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만에 증가폭이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1056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증가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4조3000억원 증가해 80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1년7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주택구입자금 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 둔화세도 약화했다. 전세자금대출은 7개월째 줄었지만, 5월의 감소 폭(-6000억원)은 앞서 3월(-2조3000억원), 4월(-1조7000억원)보다 축소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그간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5월 중 여행, 가정의 달 소비 등과 관련한 자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보합 수준(-200억원)을 나타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담대 증가 배경에 대해 "주택 매매 계약 이후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차가 통상 2∼3개월 걸린다"며 "지난 2∼3월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5월 주택담보대출 수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는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지난달 2조8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2개월 연속 늘었으며, 증가 폭도 4월(2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이 3조6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감소 폭(-8000억원)은 4월(-1조7000억원)보다 줄었다.

가계대출이 아닌 예금은행의 5월 기업대출 잔액(1204조5000억원)은 한 달 새 7조8000억원 또 늘었다. 증가액도 4월(7조5000억원)보다 많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3조4000억원, 4조4000억원(개인사업자 8000만원 포함)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기업 운전자금 수요·회사채 상환 목적 자금 수요 등으로 늘어났다.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예금은행의 5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213조1000억원으로 4월 말보다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자금 유입에도 가계와 기업 자금이 유출되면서 8조8000억원 줄었다. 정기예금은 10조5000억원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와 지자체 자금 유입, 일부 은행의 법인자금 유치 노력이 더해진 영향이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1조2000억원 감소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7조6000억원 줄었다. 반면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에는 각각 1조9000억원, 1조4000억원씩 유입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